[기획] 굳건한 ‘1만원의 벽’…인플레이션發 충격 완화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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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굳건한 ‘1만원의 벽’…인플레이션發 충격 완화 반영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7.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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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논의 끝에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 2.5% 인상
소비자물가상승률 등 계산식 적용해도 1만원 미달
대외 여건 변수 상존…미만율 확대와 일자리 감소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 결과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 결과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될 인플레이션 충격도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 18일부터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는 밤을 새워 19일 오전까지 진행됐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제시 금액의 격차를 줄여나갔지만, 결국 자발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표결로 넘어갔고, 9860원으로 설정됐다. 당초 1만원을 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기 악화가 반영돼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 격차는 2590원에 달했다. 총 여덟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2480원 △2300원 △1820원 △1400원 △1285원 △835원 △825원 △775원 순의 차이를 보였다. 논의가 중단될 때까지 1만원을 사이에 두고 양 측의 갈등이 지속됐다. 

지난 2년간 활용한 계산식을 적용해도 1만원의 벽을 깨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도와 2023년도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해당 계산식을 적용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8% 인상해야 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이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4%,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는 1.0%다. 1만원의 벽을 넘으려면, 올해보다 3.95% 상승해야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의 경우 인건비가 오르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건비 증가를 보상하기 위해 인력 감축 또는 무인 기계 등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오르면 재료비도 함께 올라 인플레이션에 직결된다는 뜻이다.

특히 현재 상황은 변수가 많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지만,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평균값을 측정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인하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견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경영계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바 있다. 작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문 정부 집권 초기인 2017년(6470원)보다 41.6% 상승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A씨는 “최저임금과 인플레이션은 동반되는 사회 현상이고,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도”라며 “일반 자영업자도 아는 기초 상식을 전문가들이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영업자들이 모두 폐업하지 않으려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해외와 비교해도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21년 기준 61.3%에 달했다. 중위 임금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임금을 가장 낮은 금액부터 가장 높은 금액까지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임금이다. 노동계의 영향력이 강한 프랑스에서도 같은 기간 61.6%에서 60.9%로 하락했고, 미국도 29% 수준에 머무른 바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은 G7 평균치보다 7.4배 높았다.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여파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75만6000명에 달했고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였다.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점업(31.2%)은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업종과 관계없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도 29.6%에 달했다.

일자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인상 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0.18% 증가한다. 노동계가 최초 요구한 인상률(26.9%)을 적용할 경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20만8000명이 ‘나홀로 사장님’으로 전락한다.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작년 말 기준 1019조8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한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 사업주 입장에서 수익성을 보존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러한 악순환이 물가를 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면서 “사용자 측은 동결을 주장했지만, 결국 인상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1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연도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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