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강화된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빚더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대손충당금 관련 개정 지침을 시중은행에 최근 전달했다. 이번 지침은 감독 당국과 은행 실무자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안이다.
시중은행은 그간 적정 충당금 규모를 책정할 때 ‘경험 PD’ 활용해 왔다. 경험 PD는 특정 기간 동안의 부실 추이를 종합한 뒤 이듬해 예측 부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충당금을 산정할 때 ‘대표 부도율(PD)’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표 PD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규제목적 PD’에 연동된 지표다. 규제목적 PD는 과거 IMF 사태나 금융위기와 같은 이례적인 위기 상황을 상정해 산출하는 보수적 부도율이다. 은행권은 통상 규제목적 PD 값이 경험 PD 값보다 대략 1.3~2배 가량 높다고 보는데, 그만큼 충당금을 더 적립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같은 대표 PD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활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분기부터 반영 가능한데 은행들은 대표 PD를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최소 수치로 인식하고 있어 향후 은행들의 충당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지침을 개정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이 부실화하고 연체가 급증할 가능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가려진 부실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들어 매달 악화했다. 6월의 경우 평균 연체율이 0.29%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낮아지기는 했지만, 이 기간 시중은행이 대규모로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이 2분기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전 분기보다 58% 증가한 1조 3560억 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역시 자발적으로 충당금 적립규모를 늘리며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 신용 손실 충당금 전입액으로 3769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2분기(183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1분기 기준 다른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수준도 보면 신한금융 4610억 원, 하나금융 3430억 원, 우리금융 261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새로운 부도율이 적용되는 만큼 대손충당급 적립액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