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사기액만 수백억원, 피해자만 300명 넘게 나온 세모녀 전세사기 주범에게 고작 지역 10년이 선고됐는데 이보다 사기금액이 적거나 피해자가 적으면 형량은 더 줄어들 것 아닌가. 피해자들은 연차를 내 상담을 받고 대출 연장 등으로 피가 말라가는데 수백억원대 사기, 수백명의 피해자를 남긴 범죄자가 지는 책임은 겨우 10년.”(전세사기 피해자 A씨)

전세사기 주범들에 대해 관대한 법조계에 피해자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유튜버 겸 방송인 덱스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세사기 일화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덱스는 “계약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기존 집주인이 집을 매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집을 매수한 사람이 급하게 돈이 필요해 명의만 빌려준 사람이라서 문제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억원 후반대를 넣었는데 심지어 80% 풀대출”이라며 “사기꾼들은 살인범과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화곡동 전세사기 피해자 B씨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정작 현실에선 징역 7, 8년 아니면 길어야 10년, 15년이다”며 “징역을 다 살고 나와도 피해자들은 아직 그 빚을 갚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피해자 구제와 지원도 중요하고 추가 피해 예방도 중요한 만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부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주범 김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최근 전세사기범에 선고된 형량 중 가장 무거운 편에 속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두 딸의 명의로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일대에서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 기소된 혐의까지 모두 합하면 피해자 355명, 피해액 795억원에 달한다. 추가 피해자에 대한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강서구 빌라왕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는 컨설팅 업체 대표 신모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신씨는 임대차와 매매 계약을 동시 진행하는 무자본 갭 투자 수법으로 임차인 37명에게 보증금 80억3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전국적인 전세사기 2차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총 632건, 1536명을 검거하고 19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10개 조직 111명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집단을 적용했다. 또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범죄수익보전도 노력해 172억7000만원을 몰수‧추징보전했다. 범죄단체조직 등으로부터 몰수‧추징보전 범죄수익만 149억9000만원에 달한다. 현행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다수의 피해자가 확인될 경우 경합법 가중을 통해 2분의 1까지 가중해 최고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