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합병으로 모기업 부담 감소·경영효율 제고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식품·패션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이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신성장동력을 위한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분할보다는 사업 시너지와 경영 효율화 증대를 위해 유사 사업간 통폐합에 나선 것.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제민주화’ 바람을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노력 일환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76개였던 계열사 수를 72개사로 줄였다.롯데는 올해 1월 롯데미도파, 롯데햄, 케이피케미칼, 에이치엠투어, 4월 기린식품, 삼박, 하오기술, 10월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 등 9곳의 계열사를 정리했다. 이들 가운데 에이치엠투어를 제외한 8곳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모회사에 흡수합병됐다.실제로 롯데제과는 지난 4월 기린식품을 흡수·합병했고, 롯데삼강은 올해 1월 롯데햄을 합병하고 지난 4월에 롯데푸드로 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는 앞서 롯데후레쉬델리카, 웰가, 파스퇴르유업을 차례로 하면서 지난해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롯데쇼핑의 종속회사인 롯데하이마트도 내년 1월 1일 하이마트로지텍과 하이마트쇼핑몰을 흡수 합병 하기로 결정했다.
CJ그룹도 경영 효율화를 화두로 영화상영업체인 프리머스시네마를 품었고, CJ E&M은 5개 방송 자회사인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 온게임네트워크, 바둑텔레비전, 케이엠티브이, 인터내셔널미디어지니어스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CJ제일제당의 종속회사인 한국복합물류도 중부복합물류를 흡수하기로 했다.아울러 CJ푸드빌은 내년 1월 1일 자회사인 CJ엔시티 합병을 결의, 앞서 4월 CJ대한통운은 CJ GLS와 합병, 초대형 물류 회사로 거듭났다.삼양그룹도 계열사 합병에 나섰다. 삼양사도 내년 1월 삼양웰푸드를 흡수합병한다. 앞서 삼양사는 지난 4월 삼양이엠에스를 흡수합병했고, 5월엔 삼양바이오팜이 삼양제넥스바이오를 품었다.잡화 전문 기업 금강제화그룹도 지난 달 29일 계열사 스프리스와 레스모아를 흡수합병했다.금강제화 관계자는 “두 브랜드가 서로 유사사업인 만큼 경영 효율성을 증대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각각의 두 법인 계열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잇따른 기업의 계열사 흡수합병 배경에는 경기 악화에 따른 모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유사사업을 통폐합하거나 실적이 나쁜 계열사를 끌어안기 위한 구조조정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될수록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규모를 줄이는 방식의 긴축경영을 강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경영 효율화를 증대시키기 위해 합병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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