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축소 등 두고 친명·비명 대립
더미래 등 총선 앞두고 '논의 연기' 요청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남기고 간 혁신안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혁신안이 사실상 강성 지지층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계파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총선 전 갈등 봉합을 위해 혁신안 수용 논의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1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8월 임시국회 현안 논의에 돌입한다. 혁신안이 공식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유발언 등을 통해 혁신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조직, 공천 규칙 등을 다룬 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삭제하는 등 대의원 제도 대폭 축소 △경선 득표 감산 규칙을 세부화해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불이익 강화 △전·현직 다선의원들을 향한 불출마를 촉구 등이 언급됐다.
이번 혁신안을 놓고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비이재명계(비명계)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는 특히 '대의원제 축소'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의 1표는 권리당원 60표의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이같은 가중치가 사라진다면 친명계 지지자들이 절대 다수인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혁신위의 과제였다"며 "그런 것은 전혀 관심이 없고 일부 정치 훌리건과 그런 사람을 등에 업은 의원들의 발언으로 대의원제와 공천제를 손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것만을 의제로 삼아 혁신위가 논의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선출해야 할 총선에 영향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직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무리수 둘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당의 혁신안 수용을 주장하며 혁신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비판했다. 대표적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들은 모두 1인1표를 받는데 전당대회에서는 왜 1표를 받으면 안 되냐"며 "대의원 특권은 곧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특권이다. 지역위원장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데 더 많은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내려놓기에 저항해서 되겠냐"고 지적했다.
혁신안 수용 문제로 당이 시끄러워지자 논의 자체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수 나온다. 당장 급하지 않은 혁신안 논의로 내부 갈등이 격화될 경우 8개월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계파색이 옅은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 좋은 미래'는 성명을 내고 혁신안 논의 연기를 제안했다. 이들은 "(이번 혁신안은)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며 향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차원에서 혁신안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1, 2차 혁신안에 이어 이번 혁신안까지 반대 기류에 부딛히며 혁신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내에서도 혁신안이 당장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이라는 '무용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