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 2분기 실적 악화…점포 재단장 등 개선작업 시동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때아닌 ‘보릿고개’에 산업계가 비상이다.
연초 ‘상저하고(경기 및 업황이 상반기에는 저조하고, 하반기 고조되는 현상)’가 예상됐던 기대와 달리,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내수 회복이 주춤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여파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연내 경기침체 흐름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로 촉발된 내수시장 전반 침체가 유통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려 잡고 있다.
올 2분기부턴 백화점 3사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의 영업이익은 각각 23.9%, 27.8%씩 감소했다. 지난 1분기(각각 9.2%↓, 7.4%↓)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롯데는 1분기 21% 증가에서 올 2분기에는 36.9% 감소로 급격한 반전 양상을 보였다.
해외명품, 패션, 잡화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1∼6월 기준 각 사 명품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현대 6.4%, 롯데 5.0%, 신세계 3.5%에 그쳤다. 신장률이 20∼40%대에 달했던 2021년~지난해에 비해 성장세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증권가에선 백화점 실적은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의미 있는 실적 회복세를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진입하며,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중국의 경기 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파급될 시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비 각각 0.3%, 4.4% 하락했다. 두 지수 모두 나란히 뒷걸음질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각 유통채널들은 올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앞다퉈 집객 효과가 높은 식품관을 리뉴얼하고, MZ세대 입맛에 맞는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요 점포별로 전문관 재단장을 진행 중이며, 온라인 선물하기 콘텐츠도 강화한다. 롯데백화점도 인천·수원점 등 수도권 주요 점포의 리뉴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화재로 문을 닫았던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영업 재개와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루이비통, 디올 등의 명품 브랜드 신규 입점을 예고했다.
하반기에는 업황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희망론도 나온다. 유통업계 대목인 추석 명절이 끼어있고, 제품 단가가 높은 겨울철 패션 매출로 인한 상반기 부진 상쇄가 기대된다. 중국이 지난 10일 3차 자국민 단체관광 허용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면서,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 맞이에도 나섰다. 관광업계는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계기로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판매·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올 상반기 현실화됐다”며 “주요 점포별로 진행 중인 전문관 재단장(리뉴얼)의 효과를 비롯해, 지난해 4분기 이태원 참사 여파 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낙관 요인도 존재해, 하반기 실적 회복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