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金, 국익 위해 악연 초월하는 결단"
이재명 "정권 폭력 통치, 국민·나라 벼랑 몰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4주년 추도식에 나란히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린 가운데 상반된 추도사가 눈에 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 한일관계 개선 물꼬를 튼 김 전 대통령 행적을 추켜세웠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투쟁했던 (김 전 대통령의) 의지를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추도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진행됐다. 추도식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추모위원장)의 추도사, 여야 대표 추모사 등 순서로 이뤄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 및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먼저 김 대표는 "한일관계 정상화에 많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 장벽을 과감한 결단으로 허물고 마침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내는 커다란 업적도 만드셨다"며 "친일과 반일의 낡은 이분법을 깨시고 미래지향적인 그 길로 나아가셨던 대통령의 용기있는 결단은 특히 우리 정치에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공과 사를 구별하는 모범을 보이시면서 국익과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과거 어떤 악연도 다 초월하는 결단도 보여주셨다"며 "국민의힘도 그 발자취를 잘 새기면서 큰 정치를 복원시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겨냥하듯 추모사에서 현 정권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법적인 정권의 폭력적 통치가 국민과 나라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며 "공포정치에 민주주의와 법치, 정의가 실종되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한반도에는 신냉전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민들은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시다"며 "국민의 삶이, 대한민국의 운명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지금,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벽에 대고 소리라도 치라' 하시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당부를 다시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독한 고난도, 매서운 시련도 인내하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투쟁했던 강철 같은 그 의지를 되새기겠다"며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민생을 파괴하고, 평화를 뒤흔드는 권력의 퇴행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자제인 노건호씨 등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