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조기 전세금 반환요구,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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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의 조기 전세금 반환요구, 안 된다
  • 김광호 기자
  • 승인 2023.08.2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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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계약 종료보다 먼저 전세금반환 불가
현실에서는 서로 간 양보로 원활한 조기 종료되는 경우 많아

매일일보 = 김광호 기자   “세입자가 청약일정으로 인해 조금 일찍 전세금을 돌려달라 합니다. 문제는 계약 기간이 2달가량 남았는데 아직 신규 세입자를 못 구했다는 겁니다. 세입자는 만약 조기에 돌려주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라도 해서 나가겠다는데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 건지 막막합니다”

세입자의 조기 전세금반환 문제로 집주인과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는 시기는 계약이 종료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종료 기간과 세입자의 이사 일정이 맞지 않는 사례가 흔히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계약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세입자가 조기에 전세금반환을 요구한다면 집주인이 이를 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원칙상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요구를 할 수 있는 시기는 계약 기간이 종료됐을 때다. 하지만 종종 계약 기간을 몇 개월 앞두고 ‘계약해지 통보를 했으니’ 혹은 ‘이사 일정이 맞지 않으니’ 전세금반환을 미리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아직 신규 세입자까지 구하지 못했다면 서로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서로 간 발생하는 의무 시기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률상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세입자는 집을 집주인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 특히 각 의무의 공통점은 계약이 끝날 때 동시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엄 변호사는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면 서로 간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사 일정이 조기에 이뤄진다는 사유는 세입자의 개인 사정일 뿐 임차권등기의 사유조차 되지 않아 집주인이 이에 응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조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령 계약 종료 및 세입자의 이사 날짜는 다음주 주말인데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가 한주 빨리 들어온다며 기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서로 간 이사 일정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지만,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집을 반환하는 의무, 다시 말해 명도의무가 발생하는 계약 종료 시점이 아니기에 집주인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엄 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집을 조기에 빼주지 않아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 파기의 책임을 묻는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세입자에게는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이 문제를 빌미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세입자와 집주인 간 조기 전세금반환이나 명도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실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세입자가 이사 일정으로 인해 조기에 전세금반환을 요구한다면 서로 간 적절한 날짜나 계약금 정도의 금액을 선 반환 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엄 변호사는 “서로 간 합의 없는 계약 종료는 법적인 효력이 없기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조기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만약 꼭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족 구성원을 일부 남기고 일부 가족만 이사할 곳에 전입신고를 한 후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돌려받아 전입신고를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신규 세입자를 예정보다 빨리 받아야 하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기존 세입자와 일정 조율을 원만하게 상의하고 이사비 지원 정도의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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