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큰손이 돌아섰다”…중국인들 日화장품 불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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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큰손이 돌아섰다”…중국인들 日화장품 불매 선언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8.30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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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SNS에 日불매 리스트…피부‧문화 비슷 ‘K뷰티’로 수요 옮겨지나
반사이익 기대감에 화장품업계 신고가 경신…중국 관광객 맞이 분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중국‧일본 관계 악화가 국내 화장품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샤오홍슈 등 중국 SNS 상에선 SK-II, DHC 등 일본 화장품 브랜드 리스트가 공유되며, 일본산 화장품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일본산 화장품은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단 선동성 게시글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같은 동양권으로, 피부타입 및 콘셉트 취향 등이 통하고 품질력이 뛰어난 한국산 화장품으로 그 수요가 옮겨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41억 달러로, 국가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중국 내 노재팬 영향으로 한국이 상위 수입국가로 격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는 중국의 일본 불매 운동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던 국내 화장품기업들은 그간 한중관계 경색에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일상 회복으로 기초 및 색조 카테고리 매출이 회복세를 탄 시점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 재개와 반일감정 고조에 따른 한국 화장품 수요 증대가 맞물리며, 수익 증대가 예상된다.

중일관계 악화에 따른 수혜 기대감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코스맥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단체관광 재개 전 지난 9일 10만4000원이던 주가는 지난 29일 14만9000원으로 13거래일 만에 43.27%의 상승세를 보였다.

애경산업은 동영상 기반 플랫폼 채널의 성장 및 포스트 코로나 영향에 따른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애경산업의 화장품사업 영업이익은 134.8% 증가한 97억원, 매출은 21.1% 성장한 611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관광을 취소한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란 시나리오에도 힘이 실린다. 중국 매체들은 앞다퉈 이번 주 들어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들의 일본행 항공권 예약이 지난주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했고, 기존 예약자들의 환불도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간 항공편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62% 수준까지 회복한 데 비해 중국∼일본 노선 항공편은 2019년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경절 연휴 일본 관광을 계획했던 중국인들 가운데 여행지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중국 큰 손 맞이에 분주해졌다. 당장 내달 말과 10월 초 중국의 중추절, 국경절 연휴 대목이 예정돼있는 만큼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할인 행사를 마련하는 등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어 홍보물을 재정비하고, 단체 관광객이 주로 찾는 면세점과 명동, 홍대 등 주요 상권 매장에서 상품 소개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생활건강은 매장 환경을 개선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 준비하는 동시에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상담원을 전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와는 구매 금액별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패키지 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중일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은 미미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중국엔 젊은 층을 필두로 ‘궈차오(國潮,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시장 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가 중국 1981~2010년 세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6%가 애국소비를 적극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뷰티 분야에서 선진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곳으로 평가되는 최대 경쟁 시장 중 하나였는데, 막대한 구매력을 지닌 중국의 J-뷰티에 대한 수요가 한국으로 옮겨온다면 큰 수혜로 작용할 것은 사실”이라며 “동시에 오히려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성향을 자극시키는 촉매제가 됐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어, 반사수익을 예단하긴 이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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