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장관 "中 수산물 수입 금지 조차, WTO에 제소할 것"
中서 日제품 불매운동 확산… 韓상품, 日 대체제로 선택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여파가 중국발 일본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현지인들이 일본산을 대체할 상품을 찾으면서, 한국 상품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일본 외무장관의 “중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중국 내에선 반일 불매 운동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는 과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지난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식용수생동물 포함)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29일 일본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맞대응했다.
일본 어민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중국이 최대 고객이었던 만큼,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생업을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산 농수산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일본산 수산물 규모는 871억엔(약 7930억원)이다.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의 22.5%에 달하는 수치다. 앞서 일본 외무장관 뿐 아니라 일본 장관들도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일본을 압박한다며, 수입 제한 조치 해제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일본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비난하며, 수산물 외 다른 일본 제품에도 강력한 금지 조치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 이미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의 여파가 확산될 기미가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국제기구의 갈등 중재에도 불구하고 특정 일본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규정을 해소하지 않았으며, 오염처리수 방류 이후에는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19년부터 "일본 스테인리스 제품이 부당하게 싸게 판매돼 국내산업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같은해 7월부터 관련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WTO 분쟁처리기관은 지난 7월 일본의 손을 들어주며, 일본 제품에 불리하게 적용했던 조치들을 시정하라고 중국에 권고했다. 그런데 중국은 공교롭게도 오염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다음 날인 25일 “시정까지 적절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미루는 통지를 WTO에 전했다.
중국의 시정 연기 조치와 오염처리수 방류의 연관성은 확인할 수 없으나, 일본은 이런 차원의 경제 보복이 향후 다른 산업에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각국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만큼, 중국인들의 반일 불매운동으로 일본산 소비재와 관광산업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졌다.
일본 마쓰야마의 수산물 가공업체 관계자는 “24일을 기점으로 중국 클라이언트들이 출하를 줄이거나 멈춰달라는 통보가 왔다. 계약상 일방적으로 취소한 측이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지킬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이미 준비해 둔 상품 약 400~500만엔분이 취소된 상태다. 현재 대체 발송처를 찾고 있지만 일본에선 당장 이 많은 수요를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이 취소되고, 중국 내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리스트가 공유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중국 내에서 한국화장품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화장품의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관영매체 소속 기자는 “현재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들을 안내하며, 이를 소비하지 말자는 ‘抵制日货(일본제품 불매) 리스트'라는 자료가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며 “특히 일본의 주요 중공업 회사들이 일본 군수 산업의 성장을 이끈다고 강조하면서, 민족성을 앞세운 불매운동을 통해 일본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국민들이 일본 상품 대신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져 한국 경제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엔데믹 도래와 함께 중국의 국경 봉쇄가 풀리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이 하반기 중 220만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단체관광 증가에 따른 관광객 증가가 올해 GDP성장률에 0.06%포인트 상승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