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내가 살려" 발언도...김 여사 강원지사 선거 개입 정황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별도로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김 여사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공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 여사와 명씨의 선거개입 의혹이 당초 김영선 전 의원 재보선 공천에서 6·1 지방선거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천개입 의혹 핵심 증인인 강혜경씨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명태균씨와의 녹취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강씨는 명씨의 옛 측근으로 밍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와 김영선 전 의원 캠프 및 의원실에서 각각 근무했다. 명씨와 나눈 대화들이 녹음된 녹취록과 명씨의 지시로 작성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당사자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씨는 2022년 5월 30일 강씨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 번 1000개 (여론조사 샘플로) 돌려보라. 1000개 바로 해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건희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라고 말했다.
당시는 6·1 지방선거 이틀 전이다. 미래한국연구소가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조사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8%, 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38.4% 지지율을 기록했다.
MBC 등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씨는 2022년 4월에 녹음된 통화 녹취록에서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마찬가지 강씨와의 통화인데 명씨는 "김진태는 내가 살린 거야. 어제 아는 분이 (김 지사에게)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를 하니까 '그 분(명씨)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을 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했다. 명씨는 김 지사를 언급하며 "어제 잠도 못 잤어.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6·1 지방선거 공천 심사 과정에서 김 지사는 원래 컷오프로 당내 예비경선에서 배제됐다. 2019년 국회 공청회에서 김순례, 이종명 의원 등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으로 큰 비판을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정작 4일 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뒤집힌 가운데 황상무 전 KBS 앵커와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다.
뉴스토마토가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국민의힘 전 대표)과 인터뷰한 보도에 따르면 이 무렵 김진태 지사를 구명한 인사가 명씨다. 명씨가 김진태 지사에게 김건희 여사가 자주 방문하는 운동시설을 알려줬고 김 지사가 곧바로 김건희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하도록 종용해 결국 공천 결과가 뒤집혔다는 취지다.
명씨가 녹취록에서 "김진태는 내가 살린 거야"라고 말한 부분도 이 대목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진태 지사는 공관위의 컷오프 번복이 본인의 단식 투쟁 때문으로, 명씨는 녹취록의 발언들을 본인 스스로가 과장한 것이란 취지로 반박 중이다.
한편 앞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당시 실시한 81차례 여론조사 비용 상당 부분을 국민의힘 6·1 지방선거 영남 지역 예비후보자들로부터 조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여론조사를 윤석열 후보 캠프 및 국민의힘에 제공한 대가로 김영천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이 이뤄졌다는 게 현재까지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