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기본법·AI윤리적 안정성 확보 공언…시민단체와의 갈등 봉합 필요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국내 인공지능(AI) 육성에 필요한 사회적, 법적 운영환경은 여전히 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영국 언론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AI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AI역량 순위에서 전년도와 동일한 종합 6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양대 AI강국으로 지위를 유지 중이나, 종합 점수에서 미국이 100점으로 53.88점인 중국을 크게 앞섰다.
글로벌AI인덱스는 국가별 AI역량 수준을 △실행 △혁신 △투자 3개 상위영역과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 △개발 △정부전략 △상업 등 7개 하위영역으로 세분화해 순위를 매긴 지표다. 한국은 발표 첫해인 2019년 8위에서 2021년 7위로 한 계단 상승, 지난해에는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AI인덱스는 AI역량 지수를 종합해 국가별 비교·분석에 용이하며, AI 관련 의사결정 자료로도 활용된다.
글로벌AI인덱스 세부 영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전년도와 비교해 △인재는 1단계 하락 △인프라는 1단계 상승 △운영환경은 24단계 하락 △연구는 1단계 하락 △개발은 동일 △정부전략은 2단계 상승 △상업은 6단계 상승했다. 토터스미디어가 밝힌 총평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산업 부문에서 AI를 적용하는데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가 명확한 전략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정부는 매년 AI 개발과 산업 육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국가AI위원회)를 출범, 국가 AI전략 정책을 발표했다. AI인프라 확충을 위해 민간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AI인프라 대형화와 집적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정투입에 더해 민간이 적극적으로 AI분야에 투자하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AI를 국가 인프라화해 범국가적인 AI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AI G3 국가로 도약하고 글로벌 AI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4대 AI 플래그십 프로젝트’와 AI 생태계의 핵심인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4대 AI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국가 AI컴퓨팅 인프라 확충 △민간부문 AI투자 확대 △국가 AX 전면화 △AI 안전·안보 확보로 구성된다. AI 생태계 4대 분야는 △스타트업·인재 확충 △기술·인프라 혁신 △포용·공정기반 조성 △글로벌 리더십 확보로 구성된다.
반면, 올해 24계단이나 하락한 AI운영환경은 우리 정부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된다. 운영환경은 AI 기술 구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법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을 의미한다. △법률에서의 AI △AI에 대한 공공 신뢰 △AI 노동 이동성 등이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입법 절차 상 AI에 대한 언급이 증가한 것에 비해 한국은 법적 절차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안정성에 대한 윤리적 장치도 미비하다는 평가다.
정덕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주임연구원은 “글로벌AI인덱스에 포함되는 국가들이 AI운영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이 제자리 걸음을 하다 보니 해당 영역에서 한국의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AI기본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부는 AI발전과 안전·신뢰를 균형있게 달성하기 위해 AI기본법을 내년 안에 제정한다는 계획이지만, 그간 AI 관련 법안이 시민단체 등과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마다 입장이 달라 시민단체, 산업계, 학회 등과 함께 AI법 제정을 위해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논의 중이다”면서 “시만단체가 요구하는 부분 중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국회가 나서서 중재안을 찾고 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