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조선사, 저가 중국산 선택지에 인하 고수
정부 中후판 반덩핌 조사 착수…승소 시 변수될듯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조선용 후판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업황이 개선된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한 반면 조선업계는 저가 중국산 유입으로 가격 인하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치열한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선박 제조에 필요한 후판의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후판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 제조 원가의 약 15~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 선박 종류에 따라 후판이 전체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달라진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우 후판의 전체 비중은 줄어든다.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산 저가 물량 밀어내기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 철강수요 부진 지속 및 가격하락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3분기 영업이익이 438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3분기 영업이익 515억원에 그쳐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철강업계와 대조적으로 조선업계는 호황을 맞이해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3사 모두 13년 만에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규 발주하는 선박 가격도 계속 오름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조선가지수는 189.96으로 집계됐다. 이전 최고치는 2008년 9월 191.6이었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의 경우 신조선가지수는 2021년 200선 돌파 후 최근260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조선업계는 철강사들의 후판 가격 인상을 수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전 세계 철강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저가의 중국산 후판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톤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올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톤으로 전년보다도 12% 또 늘었다.
이러한 첨예한 입장으로 후판 가격 협상은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 현대제철은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사와 철강사 간의 가격 갭 차이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조선업이 시황은 좋지만 중국의 저가제품 유입으로 조선사는 가격 인하를, 철강사는 가격 인상을 주장해 첨예하게 협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철강사들은 적극적인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이미 중국산 후판 제품과 관련한 정부의 반덤핑 조사는 착수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이달 현대제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샤강을 비롯한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3분기 컨콜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는 사전준비를 매우 많이 한 상태에서 제기한 것이라 승소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제소 당시 중국산 후판 가격의 40% 이상 문제 있다고 제시했다. 고율 덤핑 부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