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한국경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한 안개 속에서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생산(-0.7%), 소비(-3.2%), 투자(-8.9%) 3대 지표가 올해 7월 일제히 하락했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1일 발표한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상저하고(上低下高 │ 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정부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 첫 달부터 경기 지표가 1월 이후 6개월 만의 ‘트리플(Triple) 감소’를 기록하면서 ‘상저하고’ 가능성은 더 멀어져 ‘희망 고문’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여전히 계속된 데다, 여름철 기상 악화와 자동차 판매 위축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됐다는 게 정부 분석이지만 하반기 경기 반등을 장담하기는 매우 어렵게 보인다.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쪼그라들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나 줄면서 2012년 3월 12.6% 감소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특히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한 달 새 22.4%나 급감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소비와 생산 지표도 동반 감소했다. 상품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지난달 103.0(2020년=100)으로 3.2% 줄었다. 감소율은 2020년 7월 4.6% 감소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이 중에서도 승용차 등 내구재의 감소율이 5.1%에 달하는 등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7월 내구재 판매가 줄었고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오면서 외부 활동이 줄어 소비활동도 감소했다.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도 109.8(2020년=100)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올해 1월 0.2% 감소로 시작한 전산업 생산은 상반기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4월 1.3% 감소 이후 5·6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3개월 만인 7월엔 감소 전환한 것이다. 공공행정 6.5% 감소와 광공업 생산이 2.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건설업에서 생산이 늘어 전체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등 경기침체 흐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의복·모피(28.5%) 등은 늘었으나, 컴퓨터(-17.3%), 전자부품(-11.2%), 기계 장비(-7.1%) 등의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반도체 생산도 같은 기간 2.3%나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지표 악화를 언급하며 기상 악화와 차량 개별소비세 변동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한가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부동산발(發) 침체 쇼크는 이미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데다 제조업 수출 출하는 1987년 8월 15% 감소 이후 3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14.5%나 급감했고, 재고율은 123.9%로 11.6%포인트나 급등했다.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0.8% 증가했으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하락해 지난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상승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다 기업들이 꽉 막힌 수출길에 산더미처럼 불어난 재고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고사할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중국발(發) 경제 침체, 심각한 가계 부채, 수출 감소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8월 28일 파업찬반투표에서 89%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기아도 8월 31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월 31일부터 3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포스코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을 맞아 20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지난 8월 23일 20차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창립 55년 만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 핵심 업종은 역대급 실적을 올린 만큼 임금 인상 요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라는 등 무리한 내용도 적지 않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