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지난 8일 오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2층 규모 전시공간 쎈느(Scene) 앞에 현대차 전기차인 아이오닉5 N과 위장막 차량이 한 대씩 서 있다. 자동차 전시행사인가 했더니, 건물 유리창에 붙은 영문장들이 바라보는 이에게 대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프로젝트 암호는 무엇인가요?(What is your Project Code?)”,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Where to Next?)”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에서 진행 중인 행사는, 현대차의 신입채용 지원자 대상 직무설명회인 ‘현대차 잡페어’다. 현대차는 이날부터 사흘간 현장에서 직무별 신입채용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초청한 사전 신청자들을 만나 직무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행사장 유리 외벽에 붙은 문장은 현대차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지원자들을 코드명 붙은 신차 테스트 차량에 비유하거나,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가는 지원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 위한 내용으로 읽혔다.
이번 현대차 잡페어는 지난 2017년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10회째 진행된 이후 6년 만에 처음 열렸다. 소규모 인력을 충원하느라 잡페어를 개최할 명분이 없거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행사를 열지 못하는 등 이유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반기 1회씩 대규모 진행하던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대신, 분기 초에 채용 일정을 미리 알려 지원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채용절차를 개편했다. 최근 미래차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진 현대차가 수년 만에 잡페어를 열고 인재를 모시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에 MZ세대의 ‘성지’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잡페어 개최지로 결정한 것은 신입 채용 지원자를 대상으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입채용 지원자가 주로 20~30대인 점을 고려해 이들이 주로 다니는 구역을 행사 개최지로 선정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직무별 현직자가 지원자를 만나 채용 상담을 진행하고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소규모 면담 프로그램인 리버스 인터뷰가 1층에서 세션당 30~40분씩 진행됐다. 결속력 있고 서로 우호적인 구성원임을 의미하는 영단어 ‘팀 현대(TEAM HYUNDAI)’가 새겨진 티셔츠와 면바지를 공통으로 갖춰 입은 대리~과장(G2~G3)급 현직자들이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대화하듯 상담을 진행했다.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현직자 얼굴을 바라보던 지원자들은 갈수록 편안하게 풀린 눈빛으로 상담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이따금 하하호호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생산관리직에 지원한 20대 지원자 이수연씨는 “현대차가 앞서 진행한 온라인 채용설명회에도 참석해봤는데 오늘 현직자와 같은 지원자들과 대면해보니 더욱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며 “현직자가 지원자 3명에게 돌아가며 세 번씩 질문을 받아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자리를 재배치한 후, 현직자들이 입사 후 회사를 다니며 느낀 점과 성장 과정을 들려주는 잡페어 토크 시간이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현직자는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대화하는 태도로 지원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이날 오후 강연자로 참석한 8년차 생산관리직 직원은 “지금 내가 현대차에 입사했다고 여러분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직 중 나의 성장 스토리를 여러분에게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층에서 리버스 인터뷰나 잡페어 토크에 참석한 지원자들은 2층에서 진행되는 직무 관련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2층에 일부 직무의 사무공간을 연출한 콘텐츠를 구축하고, 현대차가 임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자질(Code of Conduct) 8가지를 소개하는 구역을 조성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유행하는 성격검사 MBTI처럼, 8가지 자질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직무성향을 찾아 알파벳을 구성할 수 있다. 각 알파벳 모양의 소도구를 활용해 키링(key ring)을 제작해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 2층은 사전 지원자뿐 아니라 누구나 방문 가능하고, 1층에서 카페 쎈느가 판매하는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지원자들은 현대차 잡페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가 지원자를 찾아가는 직무설명회를 진행해,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이 강한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생산관리직을 지원한 20대 대학생 박성환씨는 “리버스 인터뷰에 참석한 현직자들이 밝은 얼굴로 지원자들을 대하고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며 많이 응원해줬다”며 “집에서 구직활동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활력도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번 계기로 나온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잡페어의 참가자들 반응을 검토해 향후 후속 개최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 현장을 안내한 정태균 현대차 책임은 “현대차가 그간 직무설명회를 마련하고 지원자를 불렀다면 이번에는 직접 찾아간 것”이라며 “최근 채용 규모, 지원자 접점 등 측면에서 여건이 조성되며 채용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잡페어를 후속 개최할지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