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굳건한 프리미엄…명품관 신설‧이색 하이엔드 등 구축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가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동시에 공략하는 양극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물가 속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공략한 실속형 상품을 쏟아내는 한편, 불황에도 굳건한 프리미엄 수요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업계는 1인가구‧2030세대를 겨냥해 저가 도시락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골드바‧고급주류 등 하이엔드 상품을 출시해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CU는 이달 대학가 개강 시즌에 발맞춰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저가‧대용량’ 간편식을 대거 선보였다. CU의 PB브랜드 ‘시그니처’ 도시락 신제품은 국물과 함께 구성한 소불고기, 깐풍치킨부터 매콤불고기 파스타, 비빔밥 등이 최저 4000원대로 구성됐다. 자이언트 간편식은 도시락, 샐러드, 샌드위치 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8% 키운 것이 특징이다. 자이언트 양푼 비빔밥의 경우, 지름 28cm의 대형 용기에 총 8가지 나물과 고명, 계란 후라이 2장까지 더했다.
가성비 전략의 성과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CU 도시락의 입지별 전월 대비 매출신장률을 살펴보면, 대학가가 72.7%로 20여개 입지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저가 도시락 인기에 매출 증대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14일부터 선보인 ‘혜자로운집밥도시락’은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개를 넘겼다. 직접 매출 효과는 약 500억원이며 연간으로 환산 시 1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색 소비‧프리미엄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GS25는 올 추석 선물로 판매가 1억원에 달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고든앤맥패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와 순도 99.9% 골드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CU도 2000~3000만원대 위스키 및 와인세트 등을 추석선물로 내세웠다. 세분화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한정판 하이엔드 상품부터 가성비 상품까지 상품 구성을 다각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필품‧저가형 PB상품들을 주로 취급해왔던 이커머스업계는 최근 탄탄한 고정 고객층‧플랫폼 및 배송 경쟁력 등을 필두로 명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11번가는 지난 3월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를 론칭, 온라인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럭셔리 부티크 형태로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총 100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갖췄다. 오픈런으로도 살수 없는 에르메스, 샤넬 등 고가 상품부터 해외부티크 상품, 인기 빈티지 롤렉스, 까르띠에 등 새 명품부터 빈티지 명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명품 라인업을 구색했다. 모든 입점업체는 판매상품이 정품임을 보증하는 NFT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하며, 우아럭스에서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에는 ‘200% 보상제’로 100% 환불에 100% SK페이포인트 지급으로 결제 금액의 200%를 보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공식 오픈했다.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헤라, 록시땅 등 총 16개 국내외 명품 뷰티 브랜드가 입점한다. 선보이는 모든 상품은 쿠팡이 브랜드별 한국법인을 통해 직매입한 100% 정품이다. 로켓럭셔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로켓럭셔리 박스로 포장해 고급스럽게 배송하고, 브랜드사에서 선물세트 박스가 제공되는 일부 상품을 제외한 모든 로켓럭셔리 상품에 스페셜 패키지 서비스를 무료 적용하는 등 차별화를 뒀다.
식품업계도 저가형 HMR부터 전문점 수준의 RMR까지 가정간편식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1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전자레인지 3분 해동으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파우치형 저가 제품부터 전문외식업체와 협업한 케어푸드까지 양 수요 동시 공략으로 수익로를 대폭 확장했단 평이다.
외식업계도 한 브랜드 내 가성비‧프리미엄 매장을 동시에 구축하는 등 양극화 소비 트렌드 잡기에 한창이다. 도미노‧피자헛‧파파존스 등 외국계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최고급 식자재와 새로운 맛으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에 착안한 FCD매장(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매장) 신설, 1인 전용 메뉴 출시, 옵션 및 가격대 다양화 등으로 가성비와 프리미엄 수요를 동시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골프채, 외제차, 골드바, 고급 주류 등 하이엔드 상품군을 선보이고 있는 배경엔 이색 수요가 매출로 이어짐을 확인했고, 초저가 상품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도 있다”며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 흐름을 보임에 따라 가성비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동시에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특색있는 고가 제품군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