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뉴네임 옥션’ 최고가 3000만원 낙찰 눈길
일각선 과열 양상 우려…“게임사가 거래 부추긴다는 느낌”
전문가들 “장기 투자 개념 인식 多…신중히 접근해야” 강조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온라인 게임에서 눈에 띄는 희귀한 닉네임이나 아이디가 적게는 몇천원대부터 많게는 수천만원대까지 거래되면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레어 닉네임' 선점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어닉'은 영어 '레어(Rare)'와 '닉네임(Nickname)'의 합성어다. 처음 계정을 만들 때 희귀하고 가치 있는 닉네임을 선점해 레어닉을 원하는 사람에게 되파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두 글자 혹은 받침이 없는 단어, 연예인 이름, 고유 명사 등 희귀 조건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닉네임 경매 시스템인 ‘뉴네임 옥션’을 도입했다. 오는 20일까지 한시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현금과 같은 비율로 거래되는 게임 재화인 메이플 포인트로 이용자 간 닉네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2~3글자 내외의 특이하고 희소성이 높은 닉네임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기준 뉴네임 옥션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닉네임은 '라라'였다. '라라'의 낙찰가는 3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스타'가 2900만원, '비숍'이 2222만원, '루나'는 2034만원의 낙찰가에 판매됐다. 2000만원이 넘는 고액에 판매된 닉네임은 이렇게 총 4종류다. 1000~2000만원 구간에서 판매된 닉네임도 총 18개에 달했다.
이 같은 닉네임 매매 행위는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카카오게임즈의 MMORPG게임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초반 흥행 당시에도 게임계정 거래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 기간에 선점한 ‘레어닉’이 1000만원대까지 낙찰된 바 있다.
이처럼 게이머들이 ‘레어닉’ 선점에 나서는 이유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레어닉을 활용해 유튜브·아프리카 등 플랫폼에서 게임 방송을 진행할 경우 구독자를 대량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특히 대부분의 게임이 닉네임 변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최대 수천만원대 거래까지 이뤄지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산업 특성상 전반적으로 계정 거래 자체가 모호한 환경인데다가 게임사마다 닉네임 거래 행위의 불법 규정 여부와 기준이 달라 자칫 의도적으로 닉네임 거래를 부추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
메이플스토리 유저 이모(32)씨는 '뉴네임 옥션'에 대해 "몇백만원대까진 심심찮게 봤지만 2000만원대 닉네임이 매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암암리에 진행되던 거래를 공식 시스템으로 구축한 건 좋지만, 수수료(30%)가 높게 책정되다 보니 회사 차원의 수익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닉네임이 일종의 '가상 자산'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이나 명품과 달리 정부 규제·회사 리스크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어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다. 다만 온라인 게임 역시 새로운 장르에 밀리면서 인기가 급감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따르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장수 게임'의 경우 서비스 종료 가능성이 적어 그 가치가 불변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유저들도 있다"며 "게임 닉네임·장비류 등의 경우 특성상 감가상각이 잘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향후 5~10년 뒤에는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에 대한 동기 부여나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겠지만, 단순히 재테크 차원에서 차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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