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美세력, 中서 부진 예상… 韓 8월 중국 대상 수출액 20% 감소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 글로벌 산업계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투자를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이에 중국은 핵심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거나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줄이는 전략으로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미국과는 친하게, 중국과는 멀어지려는 행보를 보이는 만큼,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일단 당월 무역수지는 8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다만 정작 수출액은 518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4% 줄었다. 감소세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지역별로 미국(2%), 유럽연합(3%) 등 전통적 우방국과 최근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된 중동(7%)에 대한 대상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 대상 수출은 무려 20% 감소했다. 산업부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석유제품,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단가 하락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대중 수출은 전월(-25%)보다 감소세가 둔화됐고, 지난 7월 99억달러로 내려갔던 수출액도 지난달 105억달러를 기록해 소폭 회복세를 탔지만,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경제 전문기관들은 엔데믹 효과와 중국내 반일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부 품목에서 잠시 반사이익을 봤을 뿐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제조업체 12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 전후 수출 변화상 조사’를 보면, 실제 우리 기업들이 수출이 감소한 품목의 대상 국가로 가장 많이 지목한 곳은 중국(39.4%)이었다. 국내의 반일 불매운동으로 교역이 줄어들었던 일본(14.4%)보다도 크게 감소한 형국이다.
현재 미중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가 양국 신냉전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양국은 자국민 보호의 기본 수단이자 차세대 수익원이 될 제약바이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 중심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계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시장의 정점인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수익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 시장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제약산업은 막대한 의약품 생산 역량을 중심으로 발전 중인데, 사실상 글로벌 사회의 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의약품 공급망을 무기화할 것을 우려해 지난해 “미국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자국 내 생산이 우선”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
제약사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은 중국 현지에 별도의 법인을 세우고, 미국에도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에 속한 기업들은 현지 법인이나 공장을 세워도 중국에서 부진을 겪을 우려가 남아있다.
실제 화이자는 2021년 중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과열되며 중국 기업에 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해당 공장은 2016년 중국 항저우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마련됐지만, 중국의 제약시장 주도권 강화에 따라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경남제약은 지난 2018년 중국에 레모나, 화장품 등을 유통하기 위해 자본금은 1억 4800만원을 들여 라이멍지아 상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중국 법인이 2019년 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결국 2021년 현지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경남제약 측은 현지 영업·홍보 부족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소비가 위축이 원인이라 분석했다.
중국에도 최근 바이오헬스 열풍이 불면서 의약품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제약사들은 차세대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은 미국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뭉친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외국 제품을 기피하는 것도 한국 기업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류박 알리바바그룹 부총재는 “향후 중국의 소비시장을 주도하게 될 지우링허우(1990년대생), 링링허우(2000년대생) 등 신세대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국 문화 및 제품에 대해 더욱 강한 자부심과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본인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자국산 물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중국 무역관은 “중국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중국 젊은 세대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