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농수산품-화장품, 中서 판매량 감소
대중국 무역수지, 3월부터 7월까지 지속 하락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해양 방류하자 중국 내 '반일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중국 경제의 침체와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해양 방류하자 중국 현지인들이 ’반일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인들이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고 있는 가운데, 과연 한국 제품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내 요식업 협회들이 일제히 일본 수산물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회원사에게 촉구했다. △정저우시 요식업 및 음식점업 협회 △후난성 주저우시 요식업 협회 △후베이성 우한 요식업 협회 등은 일본이 오염처리수를 방류한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요식업 기업에게 모든 일본 수산물의 사용을 전면 거부하고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식용수생동물 포함) 수입을 전면 중단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본 외무장관은 “중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더욱 거세지며 수산물 외 다른 일본 제품에도 강력한 금지 조치를 가해야 한다는 반응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히 일본산 화장품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30개 이상의 일본 화장품 블랙리스트를 발표했으며 대체 상품을 제시했다. 또 이미 일본산 화장품을 구매한 고객한 고객들도 반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일본에서 수입되는 화장품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6월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8.4% 감소했고, 7월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농수산품 및 화장품 등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내 경제가 침체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하면 반사이익을 논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16년 7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정치적 보복 조치에 나서며, 한국산 물품 수입 제한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반일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중국간 교역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3월 △27억 1000만달러 → 4월 △22억7000만달러 → 5월 △17억9000만달러 → 6월 △13억달러 → 7월 △12억 7000만 달러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의 경우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 부진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일본 등 아세안 국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산 화장품은 중국에서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산업부에 따르면 7월 화장품 수출은 6억4900만달러로 지난 1월(4억6700만달러)과 2월(6억4600만달러)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낮은 실적을 거뒀다. 산업부는 중국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 수산물의 경우, 중국 내에서 일본 상품을 대체할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8억4490만달러로, 전년 동기(9억6260만 달러) 대비 12.2% 감소했다.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의 소비 침체로, 특히 중국의 경우 수산식품 수출 26.7%가 감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기여도가 2022년 12.8%에서 2023년 43.2%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대중국 무역적자 누적 170억 달러(한화 22조 3000억원)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월 2022년 5월 대비 24% 감소했는데,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전자제품(△29%) 품목의 수출액 감소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등은 국내의 핵심 품목이었는데, 사드 당시 촉발된 중국내 반한 감정으로 ’애국소비‘ 열풍이 강화되며 한국제품이 철저히 외면 받게 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노골적으로 반중 정서를 내비치는 한국의 제품을 사용하거나, 국내사와 협력할 이유가 더욱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 소비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애국소비 ’궈차오 열풍‘"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궈차오를 등에 업은 중국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정체된 한국 소비재가 처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 소비재의 주력 수출품목인 화장품마저 2019년부터 중국의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어주고 3위로 하락하며 위기에 봉착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