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低성장의 늪’ 유통가로 확산… 커지는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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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低성장의 늪’ 유통가로 확산… 커지는 위기감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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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상저하고, 하반기 경기 소폭 개선될 것”
기업·국민, 경기 개선 체감 못해 “9월 이후 위기올 것”
대기업, 경기 침체로 채용 축소… 일자리 부족 심화
서울 명동 상점가를 지나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하반기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른바 ‘상저하고’ 전망과는 달리, 산업계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및 경제기관들은 올 9월 이후부터 경기가 비교적 개선될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반면 산업 현장은 물론, 소비 주체인 국민들까지 하반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경제 전망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분기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했고, IT 경기 반등과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으로 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정부도 한은의 발표에 힘을 보탰다. 지난 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라며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 지속과 함께 수출 감소폭이 추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에는 물가도 안정돼 국민들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왔다. 한은 측은 "10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기관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는 ‘9월 위기론’이 대두되며 오히려 10월부터 경영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상태다. 9월 위기설이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만기연장·상환 유예조치가 이달 종료를 앞두고 있고 △추석 맞이 임직원 상여금, 거래처 선물세트로 인한 금전 부담 △여름철 에어컨 소비량 증가와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고지서 폭탄 등에서 비롯된 걱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며 불안 일축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원금·이자 상환 유예 제도를 연장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환 시기만 연장해봤자, 전기세 폭탄과 고금리,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침체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자영업자의 빚 부담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그나마 경영 사정이 나은 대기업 마저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용 계획을 축소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64.6%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를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등을 주요 이유로 지목했다.

9월이 지나면 소비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정부기관의 설명과는 달리, 자영업자 종사 비중이 높은 소매유통업은 이미 3분기 경기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7포인트로 집계됐다. 기준치 100포인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업종별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엔데믹과 추석 대목으로 인한 직접 거래가 활성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치가 낮은 형편이다. 그나마 수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편의점(80→86)과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 조차도 기준치엔 미치지 못했다.

경기 안성의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관계자는 “식료품은 필수재라 경기침체에도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은데도, 예전에 비해 판매량이 확연히 줄었다”며 “과거에는 신선한 채소 과일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품질이 비교적 떨어지는 떨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쌓아둘 여유가 없는 만큼, 납품업체의 공급량도 감소하고 일자리도 줄게 된다. 실제 명절 세트 판매 기간인데도 과거 여러명 파견되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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