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최고 석학들 초청… 삼성 신경영 회고·삼성의 미래와 도전 주제로 세션 진행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이건희 선대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으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에 대해 남긴 평가다.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바 있는 마틴 명예교수는 이날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이 선대회장의 전략 이론가(Strategy Theorist)이자 통합적 사상가(Integrative Thinker)로서의 면모를 소개했다. 아울러 행사에서는 '삼성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한 국내외 석학들의 논의와 토론, 이 선대회장이 생전 후원했던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추모공연 등도 진행됐다.
이날 한국경영학회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선대회장은 적극적으로 혁신으로 수많은 도전에 나서며 오늘날 삼성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미래를 보는 혜안과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인물이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1974년 이 선대회장은 사재를 털어 자금난 상태였던 웨이퍼생산업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어 1977년에는 잔여 지분 50%를 추가 취득해 1978년 삼성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것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시발점이 됐다.
사업초기 삼성은 미국, 일본 등 해외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삼성의 기술력이 너무 떨어진 탓이다. 이 선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끊임없이 찾는 등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당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던 미국의 페어차일드의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 30%를 내주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또 1993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나섰다. 혁신을 위한 그의 강한 의지와 노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는 ‘애니콜 화형식’이 있다.
이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했지만 삼성이 국내 대표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만큼 현재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그는 칼을 빼들었다. 애니콜의 불량률이 12%에 육박해 품질 논란이 일자 15만대의 애니콜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애니콜 화형식을 단행한 것이다. 화형식이 진행된 운동장 한 편엔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한자리에 모였다.
혁신을 위한 신경영 선언은 어느덧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이 선대회장의 철학을 이식받은 삼성그룹은 30년의 시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1993년 3조1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6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1993년 대비 11배 이상 늘은 466조8000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4900억원에서 55조6000억원으로 100배가 넘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이 같은 발전의 주역인 이 선대회장의 3주기를 추모하고 그의 신경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들과 삼성 관계사 임직원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학술대회에는 경영·경제·인문·인권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연사로 초청됐다. 연사들은 삼성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6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신경영이 갖고 있는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기조연설은 지난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와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가 맡았다. 로저 마틴 명예교수는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략 이론가(Strategy Theorist)이자 통합적 사상가(Integrative Thinker)로서의 면모를 전했다.
김상근 교수는 '르네상스人 이건희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건희 선대회장의 '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환원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인이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도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삼성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참가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진행된 주제 발표는 △스콧 스턴 MIT 경영대 교수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전략'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 '비즈니스 대전환 시대의 성장 전략'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사'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대 교수 '삼성의 신경영이 품고 있는 윤리적 정신 : 기본으로 돌아가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 '신세대와 함께 도전하는 새로운 삼성'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 '삼성의 글로벌화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이다.
또 한국경영학회 중진인 이승윤 홍익대 교수, 김효선 중앙대 교수, 김보경 연세대 교수, 김광현 고려대 교수 등이 사회자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아울러 행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추모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해외 연주 활동을 후원했으며, 백 씨는 2000년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