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목포시와 전라남도 일원에서 개최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가 지난 13일부터 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9일 막을 내렸다. 매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는 국가대표와 국가대표를 꿈꾸는 기량이 뛰어난 엘리트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대결하는 무대다. 또한 우리나라 체육인들이 실력을 경쟁하며 그간의 결실을 맺는 장소이기도 하다.
육상경기가 시작된 15일, 목포종합경기장에서 남녀 마라톤 경기가 있었다. 이번 레이스에서 김재민(옥천군청) 선수가 2시간 19분 27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이어 전수환(충남도청) 선수가 2시간 19분 57초, 이동진(대구광역시청) 선수가 2시간 21분 36초를 기록했다. 아쉬운 점은 2시간 30분대를 넘은 기록으로 완주하거나 도중에 레이스를 포기하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1984년 3월 18일, 제55회 동아마라톤 대회는 8월에 열릴 하계 LA올림픽 마라톤 최종 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필자는 이 대회에서 2시간 18분 13초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약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마라톤은 과연 얼마나 성장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전국체전은 개인 기록을 세우기보다는 순위싸움의 성격이 강하지만, 대한민국 마라톤의 미래를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세계 마라톤은 인류의 꿈인 1시간대 기록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켈빈 킵툼(케냐) 선수가 2시간 00분 35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마라톤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마라톤이 속도를 내며 성장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후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편 지난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에 참가했던 정다은(k-water) 선수가 10일 만에 대전광역시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해 2시간 41분 19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런데 오는 21일 개최되는 2023 경주국제마라톤에 이어서 출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10월 한 달 동안 세 번의 경기에 출전하는 셈이다. 충분한 휴식을 갖지 않고 연달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선수에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눈앞에 있는 이익 때문에 급하게 달리기보다는 장기간의 성장과 승리를 위해 멈추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안배하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마라톤'이 알려주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