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선언한 뒤, 정치권에서 '혁신'은 꽤나 자주 보이는 표현 중 하나다. 혁신(革新)은 뭘까. 사전적 정의는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함' 정도다. 지금껏 우리 정치집단이 외쳤던 혁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진짜 혁신'이었는지는 다르게 볼 문제다.
정치권은 혁신을 외친다. 특히 그들 세력이 위기를 맞았을 때 그렇다. 잘못을 성찰하며 국민에 달라지겠다고 한다. 그리고 변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혁신위를 통해 마련할 테니,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가장 최근의 혁신 조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투기' 논란이 겹치며 큰 위기를 맞았다. 다음 총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악재가 불거지자, 이재명 대표는 혁신위원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앉히며 당 쇄신을 주문했다.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김은경 혁신위는 실패했다.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민주당 의원들은 혁신안이 가져올 유불리만을 따지며 '옳은 혁신'과 '그른 혁신'을 스스로 재단했다. 판단의 주체가 자신들이 아닌 국민임을 완전히 망각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보수당 개혁을 목표로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수장으로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의원을 선임했다.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으며 동력을 잃은 탓이 컸지만,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 확대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공천관리위원회 일부 기능의 윤리위 이관 등 최재형 혁신위가 제안한 6대 혁신안은 무엇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화를 꺼리는 세력에 혁신이 또다시 가로막힌 것이다.
정치권은 혁신의 사전적 정의를 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해 혁신위가 여러 차례 좌절되는 모습에 국민들은 환멸을 느낀다. 혁신위의 목적이 혁신이 아니라 '면피성 시간벌기'라는 자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숱한 실패 속에서도 정치권은 다시 혁신위를 띄웠다.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는 보궐선거 참패로 휘청이는 국민의힘을 혁신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말뿐인 쇄신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국민은 국민이 판단 주체가 되는 '진짜 혁신'을 정치권에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