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미국-중국 무역갈등이라는 대외적 악재가 국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들의 소비 심리 악화로 한국 경제가 내수 침체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과 기업들이 고정적으로 소모하는 필수재 및 서비스 비용이 고유가로 인해 전체적으로 상승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5.1%) △주택·수도·전기·연료(4.6%) 등의 상승 폭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물가에 영향을 미친 주요 원인은 석유 등 에너지 가격 변동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내려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하락률 자체는 지난 7월 -25.9%, 8월 -11.0% 등으로 줄었다. 지난달 하락률은 올해 2월(-1.1%) 이후 최저다. 이에 따라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로 상승했다.
석유류 물가 불안정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 것은 글로벌 이슈에서 비롯된 경기 불안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국내 석유류 물가주가 상승하는 추세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 등 산유국으로 확전될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불안정, 제조원가 상승 등으로 제조업체 경기심리가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물류학계‧업계 전문가 54인을 대상으로 ‘2023년 물류업계 10대 이슈’를 조사한 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속(72.2%)’이 물류업계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 대한상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여전하고 미국-중국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새로운 운송수단, 운송거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입장이다. 한은은 현재 경기에 대해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다소 더딘 모습이나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완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도 8월~10월 3개월 연속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수출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작 소비자와 기업은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 심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계청은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8.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당 지수의 기준값(100)보다 작으면 전망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은 더 낮다. 현재생활형편CSI(88) 및 생활형편전망CSI(90)는 전월 대비 각각 1, 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CSI(98)은 전월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소비지출전망CSI(113)는 지난달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은 줄어든 반면, 지출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한경협 측은 “최근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기가 반등주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