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경상북도 상주시청 공무원들이 한동안 상복을 입고 출근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인구감소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지기 위한 각오였다고 한다. 한때 인구 26만 명을 기록했던 상주시는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인구 10만 명 아래로 밑돌았다. 이듬해에도 인구가 늘어나지 않자, 상주시는 부단체장 직급이 3급에서 4급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 중소도시가 인구 10만 명 아래로 내려가자 부단체장 직급 조정뿐만 아니라 국장급 기구 감소 등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조직 규모 축소,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세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인구소멸과 지역 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방자치단체가 조직이나 재정에서 더 불리해지는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조재구 대구남구청장, 이하 협의회)는 지역 간 행정 격차에 따른 자치조직권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민선8기 출범과 함께 시군구 자치조직권 확대를 중점 과제로 추진했다. 그 결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난 10월 27일 자치조직권 확충 방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첫째, 인구 10만 미만 시군구 부단체장 직급이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11월 8일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인구 5~10만 명의 시군구 부단체장 직급은 2024년에, 인구 5만 명 미만의 시군구 부단체장 직급은 2025년에 4급에서 3급으로 상향한다. 협의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획기적인 성과다.
둘째, 시도(3급)·시군구(4급) 국장급 기구설치의 자율성 확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 2024년부터 국장급 기구설치 자율화 방안이 시행될 계획이다. 그동안 일부 광역시 자치구가 도시재생사업, 사회복지사무, 지역재난관리 강화를 비롯해 폭증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또한 특별시 자치구는 인구수에 관계없이 6개의 실국을 설치했지만, 광역시 자치구는 인구수에 따라 3~6개 실국을 차등적으로 설치해왔다.
마지막으로 자치단체 기준인건비 제도 개선 방안이다. 정부는 지방인력 관리 방향을 2027년까지 5년 동안 2022년 인력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다. 자치단체 인력 운영과 관계없는 연금부담금 등의 인건비 증가액과 이에 따른 교부금 감액 패널티가 대표적이다. 협의회는 이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운영 책임이 없는 연금 부담 증가분의 페널티 산정 제외를 추진하였고, 2024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역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중앙정부는 권한과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이양하고 맞춤형 자치모델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첫 단추가 ‘자치조직권 확충 방안’이다. 협의회가 기초자치단체의 숙원이자 현안 사업을 해결함으로써 지방자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역주도의 지방시대, 앞으로 풀뿌리 행정 자치가 대한민국 곳곳에 스며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