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F가동 및 식품기업 직접 압박 등 나서…업계 낙인 우려도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며, 소비 한파가 극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동향조사’를 통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7.2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98.1)보다 0.9포인트(p) 내려간 수준이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요소 중 소비지출전망지수는 지난 10월보다 2포인트 하락(113→111)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넉 달째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년∼지난해)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10일 업계 및 통계청에 따르면, 서민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장바구니 물가가 소비 심리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둔화세가 지속되다가 지난달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같았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고려하면 지난 10월 4.77%에서 지난달 4.83%로 소폭 올랐다. 가공식품 가격도 24개월째 상회 중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3.3%)보다 1.7%포인트 높았다.
정부는 주요 식품 물가 집중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가공식품 업계에 가격 인하 및 동결을 촉구하는 등 전방위 물가 잡기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먼저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관리 대상은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서민 생활 밀접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지난해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하순부터 식품업계, 외식업계, 마트, 설탕업체 등을 만나면서 식품 물가 잡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보통 장관이나 차관의 동정 자료를 배포하지만, 이례적으로 국장급의 물가 관련 현장 방문까지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식품가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특정 기업을 짚어 가격 인하 및 동결을 권고하는 식으로 여론의 포커싱을 주도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물가 안정 정책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소비 심리 회복이 곧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하기에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방향이며, 특히 식품은 유독 엄격한 잣대가 세워질 수밖에 없단 것에 공감하지만, 고물가 주범 낙인 우려도 공존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