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15일까지,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초청
"네덜란드·미국·일본 등과 반도체 협력 대폭 강화"
첫날 ASML 본사 방문…이재용·최태원 동행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 ASML사 방문과 양국 간 '반도체 동맹' 구축 등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방점을 찍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의 초청으로 11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1961년 수교 이래 처음이다.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국빈 방문이지만 핵심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네덜란드 첨단 장비와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가치사슬의 상호보완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며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한 '반도체 대화체' 신설, 양해각서(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AFP 서면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핵심"이라며 "한국은 앞으로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반도체 협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협력 논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일정 첫날인 12일(현지시간) 빌럼 국왕과의 공식 환영식과 친교 오찬을 가진 뒤, 벨트호벤에 소재한 ASML 본사를 방문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도 동행할 예정이다.
ASML은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을 이용한 노광장비 생산 기업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1대당 2500억~3000억원 수준임에도 가격과 상관없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등이 반도체 업체가 장비를 납품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어 ASML이 업계에서 '슈퍼을'로 불릴 정도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다자외교 무대에서 ASML에 여러 차례 한국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의 두 차례 만남 등을 통해 ASML의 한국 공장 투자를 요청했다.
이번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베닝크 회장의 안내를 받아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둘러볼 예정이다.
이튿날인 13일에는 뤼터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갖고 양국 간 '반도체 대화체' 신설 및 공동사업 발굴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네덜란드는 반도체 설계·제조 장비 등 주요 반도체 밸류체인마다 다양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라며 "특히 7nm 이하 첨단반도체 공정의 핵심 노광장비인 EUV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세계 최고의 증착장비 업체인 ASM,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 NXP가 중심이 되어 에인트호번 공대, 델프트 공대와 인근 반도체 종합연구소 IMEC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세계적인 첨단반도체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뿐 아니라 국방·방산 고위급 교류와 방산기업 간 협력 촉진 방안을 물색하고, 양국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채널도 강화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 대화체'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리더잘(기사의 전당)과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하고,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하는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