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2년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5월 10일 대통령실 참모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언급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호기로운 발언을 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대통령의 개각 면면을 보면 '경제와 민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인사'라는 느낌이다.
우리 경제가 경기 부진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둔화까지 이어지면서 국민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 중요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개각에서는 위기감과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기획재정부·국가보훈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를 대상으로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사 교체다. 대통령실은 이번 개각을 통해 학계, 전문가 등 여러 분야에서 인재를 기용해 다양성을 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사 전반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사의 적격 여부를 떠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개각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장관들을 교체한 이른바 '총선용 개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국토부 원희룡 장관, 보훈부 박민식 장관, 중기부 이영 장관, 해수부 조승환 장관, 농식품부 정황근 장관 등은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있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 6월 국가보훈처가 승격하며 장관직에 오른 지 3개월 만의 '초스피드 교체'다.
네덜란드 순방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인사에서도 '총선용 개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여당 요청에 따라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 지속적으로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며 '원포인트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역대 정부의 개각 목적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 배치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총선 승리'를 위한 개각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고민은 어디로 갔는가. 일반 회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일회용 인사', '날림 인사'에 한숨만 나온다.
이제라도 '국회의원 사관학교'를 자처하는 개각을 멈춰야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면 총선을 위한 '회전문 인사'가 아닌,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맞춤형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윤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