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취약 계층 예산 삭감엔 "인색하다"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만나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을 윤석열 대통령이 반복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회 입장, 입법안들을 존중해 달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이 실장은 "여야 간의 정책 노선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최근 국회에서 힘들여 입법한 법안들이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물론 입장이 달라 어려움이 있겠다"면서도 "정치가 일방의 의사만 일방적으로 관철할 수는 없는 것이고, 정부 측에서도 각별히 관심 가져달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비롯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들은 재의결 실패로 모두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민주당은 이달 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 때문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에 이 실장은 "여야 간의 정책 노선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저희들은 가급적이면 자유시장 기조에 맞게 경제를 운영해 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이 다를 수가 있어서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산이나 민생법안들이 많이 걸려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특별한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과 취약 계층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도 뼈 있는 말들이 오고 갔다. 이 대표는 "예산안에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R&D 예산이 대규모 삭감된 점에 대해서 국민이 많이 우려하고 있다"며 "야당의 입장도 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서민지원 예산이나 취약계층 지원 예산들이 삭감되거나 증액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며 "정부가 든든하게 받쳐주면 좋겠는데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R&D 지출을 더 줄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R&D 예산이 너무 방만하게 쓰이거나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는 원칙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아울러 취약계층 예산 삭감 지적에도 "구조조정 한 예산들은 그동안 사용 실적이 많지 않거나 또는 제대로 쓰이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했다. 꼭 필요한 부분에는 예산을 많이 늘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 수석은 "다른 곳보다 이 대표의 고견을 들으러 야당부터 먼저 왔다"며 "대통령께 대표님 만나러 간다라고 하니까 윤 대통령이 '대통령도 격무지만 제1야당 대표도 엄청난 격무다. 건강 잘 챙기셨으면 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