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러 외교적 문제 대응 차원 자료 제출일 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재판 거래' 의혹 가담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재판 거래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이 받는 소위 '사법 농단'의 핵심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 등 숙원사업 달성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협의 후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 후보자는 "사법 농단에 관여한 일이 전혀 없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조 후보자가 2015~2016년 사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세 차례 만났으며 재판 절차 지연 수단으로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이용선 의원은 "조 후보자가 당시 임 차장을 다시 만나서 의견서 제출 문제를 재협의했는데, 초안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고 법원행정처로부터 수정된 의견서를 받은 바 있지 않느냐"며 가담 여부를 추궁했다.
조 후보자는 "저희는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자료를 제출했을 뿐"이라며 '소위 말하는 의견서 제출이라는 제도가 2015년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개정을 해서 처음 도입됐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민사소송 규칙도 이 사건(재판 거래)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주장하자, 조 후보자는 "그것은 저희가 아는 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시 판결을 뒤집을 만한 나름의 근거와 명분에 입각한 모범답안을 법원으로부터 받아서 외교부가 전달했던 절차로 보면 완전히 재판거래, 짜고 치기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김상희 의원은 "재판거래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조 후보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해 행정부와 여러 거래를 했기 때문에 사법농단 사건은 중요한 범죄 행위라고 평가해야 한다"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조 후보자가 재판 거래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정진석 의원은 조 후보자와의 질의를 통해 국제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외교당국에 의견을 물어보는 법정조언자 제도가 2015년 도입됐다고 알리며 "당시 외교부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한 것이 불법하거나 몰래 이루어진 일은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이뤄진 일"이라며 조 후보자를 옹호했다.
김석기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이 강제징용 재판 관련 후보자가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 사법농단에 관여했다고 지적하고 있어 여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는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도 중요하고 그 문제로 생기는 한일 간의 여러 가지 외교적 문제를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행동했을 뿐"이라며 "소위 말하는 사법농단의 일원으로서 행동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