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선생님께 뺨을 맞고, 동의 없는 야간강제학습을 11시 반까지 하고, 성장기 청소년이지만 운동화 대신 단화 신기를 강요받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20세기 권위주의 시절의 일이 아닙니다. 2009년 2010년 제가 중학생 고등학생 때 저희 세대들이 학교에서 처했던 현실입니다.
본인은 학생인권조례 세대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던 당시 경기교육의 학생이었고, 학생인권조례를 알리고 확산하기 위해 많은 분과 함께 힘을 모았던 청소년 인권활동가였습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학생인권조례가 바꿔낸 우리 경기교육의 현장에 대해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했던 학생들이 교실에서 뺨을 맞을 당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장관직에 있었고, 제 동의 없이 야간강제학습을 11시 반까지 강요받았을 때는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지내고 계셨습니다. 국가의 주요 요직에 계셨던 당시엔 교실에서 뺨을 맞고, 강제로 교실에 남아 있어야 했던 우리 학생의 인권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안하시다가 이제 드디어 학생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니, 이제 와서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고 얘기하시며 인권의 퇴행에 앞장서시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치밀하게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발표한 개정안에는 기존 현행조례와는 달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과 UN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의 내용만으로 국한해 나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더 이상 보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방송프로그램 '고딩엄빠'에는 예기치 않은 이유로 학생의 신분으로 임신하게 된 다양한 사례들이 방송됩니다. 2022년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도 임신한 학생 현이와 영주가 교사로부터 지속적인 조롱을 듣고, 전학을 권고받습니다. 이때 현이가 "'학생은 임신·출산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학생인권조례 내용이에요"라며 제발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실제로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병력 등의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영주와 현이처럼 자퇴나 전학을 은근히 권고 받고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미 학교가 아니어도 이미 상당한 곳에서 차별과 혐오 그리고 멸시에 시달릴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학교에서라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자는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문제라면 '경기교육은 이제 특정 상황에선 아이들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영주와 현이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세대로, 그리고 어른이자 지역의 정치인으로 저는 제가 만끽했던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학교 안의 민주주의를 사수하겠습니다. 경기교육이 단 한 명의 아이도 차별하지 않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고 나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성적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을 아이들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곁에 함께하는 좋은 어른, 좋은 정치인이 여전히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세상의 벽 앞에 주저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그 차별과 혐오에 함께 맞서겠습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