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내건 中 플랫폼 대응 차원
출혈 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공존
출혈 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공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최저가·가성비 경쟁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번지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 장기화로 소비심리 위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내 점유율을 키우는 중국 플랫폼에 맞대응하기 위한 복안으로도 읽혀진다. 온라인 성장 둔화 영향으로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만큼, 이번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여파로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틈을 타 중국 플랫폼은 가성비 상품을 내걸고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도 최저가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지출 여력이 떨어진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고할인율을 적용한 행사를 전개하거나 초저가 전문관을 신설 중이다. 위메프는 패션실과 뷰티실을 ‘패션뷰티사업본부’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초저가 시장을 정조준한다. 지난 8일에는 1만원 미만 상품을 집약한 초저가 실속형 패션 전문관인 ‘99샵’을 오픈했다. 저가 패션 상품 수요가 지속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매일 990원 상품을 제안하고 9900원 이하 패션·잡화 상품 600여개를 한 곳에 모아 선보인다. 이월상품은 물론 각종 가성비 상품을 구색해 소비자 쇼핑 부담 최소화에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문관 ‘9900원샵’을 운영한다. 매일 오전 선착순으로 반값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무료 배송 서비스도 지원한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9900원샵은 오픈 첫달과 비교해 결제거래액과 구매회원 수는 각각 213%, 189% 올랐다. 앞으로 단독 상품 기획 등 가성비 상품 차별화에 계속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티몬은 지난 15일 가성비 패션 상품을 모은 기획관 ‘59샵’을 내놨다. 590원, 5900원 등 초저가 패션 아이템을 포함해 50% 이상 할인하는 의류·잡화류 등 160여개 특가딜을 준비했다. 설 명절, 졸업식, 밸런타인데이 등 특수 시즌을 겨냥해 비즈니스 셔츠, 리버서블 비즈니스 벨트, 캐주얼 스니커즈 등 의류·잡화류를 할인가에 공개할 예정이다. 쿠팡은 최대 50% 할인 혜택을 도입한 ‘설맞이 특가 기획전’을 내달 9일까지 연다. 고물가에 지친 고객들을 위해 선물세트·제수용품 등 설 명절 관련 모든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쏟아낸다. 시성비(시간+가성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베스트셀링 반값-다 특가 △원데이 특가 등 각종 혜택을 망라한 테마관을 기획했다. 또한, LG생활건강과 4년9개월 만에 화해하고, 해당 제품에 로켓배송을 순차 재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한자릿수까지 하락한 데 이어 중국 플랫폼의 최저가 물량 공세까지 덮친 가운데, 업체 사이 최저가 치킨게임이 제살 깎아먹기가 될지 반등 도약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속적인 가격 경쟁은 판매량과 인지도를 제고하면서도 실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심리 위축 등 국내 경기가 현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플랫폼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공략에 나서고 있는 데다 다른 유통기업까지 자사몰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이런 추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국내 이커머스가 초저가 행사를 진행하거나 전문몰과 PB(자체 브랜드)를 마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간 초저가 경쟁이 치킨게임처럼 가열되면 수익 악화로 이어질 확률이 존재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제품을 보다 값싸게 장만해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저품질·불량·위조 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괜찮은 제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