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획정안 틀 유지 입장···빠른 결론 어려울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거제로 현행 준연동형제를 선택하면서 관련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아직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총선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야는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내놓은 획정안 중 일부 지역의 분·합구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 중이어서 조속한 결론은 어려울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관련 혼란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병립형 회귀를 주장한 국민의힘의 반발이 크지만 총선 전 선거제 개편 지연에 따른 혼란은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아직 '선거구 획정'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5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 획정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바 있다. 여야가 이 획정안을 받아들였다면 총선 규정의 뼈대는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획정안이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인구수 대비 선거구가 작은 곳은 경기도 안산, 서울 노원, 서울 강남, 대구 달서 순이다. 그러나 획정위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남과 달서를 합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전북과 부천을 포함시켰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당 유불리 문제보다 유권자 생활권 또 후보 당사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구) 상한 기준에 위배되지 않고 현행(획정위 안)대로 할 수 있으면 현행대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해당 문제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다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안은 △종로구·중구 △성동구갑 △성동구을 선거구 조정을 받지 않고, 현행대로 △종로구 △중·성동구갑 △중·성동구을 지역구를 유지하기로 한 정도다. 이들은 강원 춘천시를 갑·을로 단독 분구하고,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으라'는 획정위 안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최대 쟁점은 역시 '합구 대상으로 어떤 지역을 선정할지'다. 여야에게 우세지역 합구는 곧 '의석수 -1'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북과 부천 둘 다 합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남이나 달서 중 최소 한 곳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획정위 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의 대립에 정개특위 논의도 공회전 중이다. 정개특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수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이후 일정도 줄줄이 연기된 상황이다. 여야는 일단 설 전후로 반드시 처리하자는 의지만 모은 상태다. 민주당은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시 획정위에 재획정 요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지만, 획정안 재의 요구는 정개특위 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도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이루지 못하면서 "이번에도 한 달 전에 겨우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과 출마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함에도 제20대 총선은 선거일 전 41일, 제21대 총선은 선거일 전 35일에야 각각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