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정당 구성 이어 지역구 선거연합 가능성 ‘관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간 장고를 거듭했던 비례대표 선거제와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여러 세력이 합류하는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을 제안했다. 앞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비례연합정당'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범진보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비례정당으로 뭉치는 것이어서 향후 총선 정국에서 '정권 심판론'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4·10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가 아닌,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아닌 통합형 비례정당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소중한 한걸음이다.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이미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 한다"며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 발언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진보 진영이 힘을 모아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민주개혁 세력 선두에 서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통합형 비례정당은 최근 진보 진영이 민주당 등에 제안한 비례연합정당과 내용이 비슷하다. 앞서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준)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는 지난달 15일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에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개혁연합신당 제안은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유지하고, 진보 진영 세력이 연합해 비례대표 후보를 내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 발표에 진보 진영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용혜인 개혁연합신당 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비례대표 선거제 방침을 발표한 당일 브리핑을 통해 "정권 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 내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윤석열 심판을 넘어, 거부권 통치도 끝장내고, 시행령 통치도 멈춰세우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개헌을 이루는 큰 승리를 향해 담대하게 연합하자"고 화답했다.
범진보세력이 비례정당을 통해 연합하면서 총선 시즌 '정권 심판론'에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정권 심판론은 정권 안정론에 줄곧 우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우는 '86 운동권 심판론'이 약진하면서 추격하는 모양새다. 진보 진영이 총선 국면에서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도 연합할 여지도 있는 만큼 현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비례대표 선거제를 발표한 날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서 비례선거까지 선거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다"며 "(범민주 진영 후보끼리) 경쟁하다 어부지리를 (국민의힘 후보에) 주는 경우를 최소화하자는 게 저의 선거대연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