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된 4개 클러스터, 사업 분야 제한적… ‘지역낙수론’ 실효성 의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업을 시도하는 ‘글로벌 혁신 특구’가 스타트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선정된 혁신 특구의 산업 분야가 한정적이며, 지역별 인프라 차이가 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가 시행되는 ‘글로벌 혁신 특구’가 오는 2027년까지 10곳으로 확대된다.
글로벌 혁신 특구는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금지사항을 제외한 신기술을 활용한 모든 실증이 가능하다. 또 해외 실증거점이 구축되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수출 맞춤형 해외인증 지원이 이뤄진다.
바이오, 인공지능(AI), 신소재 등 주로 첨단 산업으로 구성된 신산업은 종래엔 없었던 새로운 분야다. 기업은 관련 사업을 확장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 산업이 성장하려면 규제 해소와 더불어 인증과 허가, 시장진출까지 종합적인 관점에서 지원돼야 한다.
이에 정부는 혁신 특구를 강화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특례를 시행하고 실증이 인증과 허가까지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균형 발전도 이번 정책의 필수 고려요소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지방 클러스터 입주를 유도해, 지역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최근 “이번 글로벌 혁신특구에는 지자체들의 관심이 아주 높았다. 신청 대상인 14개 비수도권, 시도 모두 참가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발표평가 결과 충청북도, 전라남도, 강원도, 부산 네 곳의 지자체가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는 지역특구법에 따른 특구계획을 수립한 후 관계부처 협의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특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3월 중에 글로벌 혁신특구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중기부는 “이번에 선정된 글로벌 혁신특구가 각각의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성장하고 또 특구 내에서의 실증 결과가 규제개선까지 신속하게 이어지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과거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으로 설립했던 클러스터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클러스터’는 기업뿐 아니라 연구개발 기관(대학, 연구소)와 금융 투자 지원 담당 기관(벤처캐피털, 컨설팅 업체) 등이 모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산업 단지를 뜻한다. 국내 클러스터는 아직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규제 해소 특구가 마련된다 해도, 교육기관과 도시 인프라가 부족해 입주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환경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전국에 20여개가 넘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사례를 예로 든다면, 그중에서도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송도와 오송조차도 일부 단점을 안고 있다. 송도의 단점은 수도권 수준의 높은 토지 가격이다.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아 일반적인 연구 및 교육기관은 대기업 및 정부 지원 없이는 이곳에 발을 붙이기 어렵다.
오송은 보건의료 규제기관이 모여 있어 최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물류 부문, 바이오산업 인력 수급 분야에서 송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수도권-지방 간의 격차가 현저한 국내 도시 특성상, 인재들은 근무를 꺼리는 형편이다. 정부가 강조한 ‘지역 낙수론’이 실현될지는 의문인 셈이다.
혜택을 받는 산업 분야도 한정적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번에 혁신 특구로 선정된 지역인 △충청북도는 바이오 △전라남도는 에너지 △강원도는 디지털 헬스 △부산은 미래형 선박 산업으로 대표된다. 각 지역의 클러스터 속성이 뚜렷한 만큼, 그 외 분야는 입주를 해도 시너지를 노리기 힘들 전망이다.
S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거 부족한 교통·도시 인프라 문제로 기업들이 지역 클러스터 입주에 난색을 표했지만,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입주를 독려했다. 그러나 정치 세력이 바뀜에 따라 약속도 뒤집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