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發 건전성 악화 차단...새마을금고 등 모니터링 강화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조합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30%포인트 상향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인한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현행 ‘100% 이상’에서 ‘13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강화된 요율을 적용할 경우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른 대손충당금 요적립액은 ▷정상 여신의 1→1.3% ▷요주의 10→13% ▷고정 20→26% ▷회수의문 55→71.5% 등으로 각각 상향된다. 1년 이상 연체된 추정손실 대출채권은 그대로 100%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5월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업계의 부담 등을 고려해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강화 필요성이 커진 만큼, 조만간 세부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감독규정 개정이 완료되면 매년 단계적으로 대손충당금 요적립률이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10~15%포인트 가량 적립비율을 올리는 식으로 상호금융권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위한 대비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취지다.
같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이미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건전성 분류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2%(정상)~75%(회수의문) 가산해 적립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관할인 행정안전부에서 충당금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조합도 부동산·건설업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충당금)기준을 상향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시행이 가능할 것 같다. 충당금을 과도하게 쌓아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세조정을 해가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올해 말부터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법인 대상 대출 중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각각 총대출의 30% 이하로, 그 합계액을 총대출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여신한도 규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금융당국은 향후 내놓을 ‘상호금융업 종합 발전방안’에도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상호금융업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부동산·건설업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PF와 관련해 제2금융권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일 ‘2024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가계부채 등 정상화 및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리스크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고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 금융안정이 실현되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에 따른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올해 1월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지난해 연말 대비 1%p 가량 상승함에 따라 건전성 점검을 위해 소집됐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말 5% 중반에서 올해 1월말 6% 중후반대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말 연체율이 6%대로 치솟으면서 7월에 일부 금고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벌어진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6%대로 올라간 것이다.
금융위는 행안부 등과 함께 1월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응책을 내놓는 회의를 아니고 상황을 긴밀하게 보면서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자리”라며 “MOU 체결을 계기로 진행한 후속 회의”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반기마다 공개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식적으로 1월 연체율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말 연체율은 이달말이나 내달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연체율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고 이어질 경우 연체율이 조만간 7%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서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한 2금융권의 부실 위기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서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회의는 수시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