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이슈 확산시 향후 CEO 거취도 불안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의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향후 기관 및 임원 제재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펀드 사태 때 불완전판매 이슈가 최고경영자(CEO)의 사법리스크로까지 확대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와 관련된 은행들은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의 원인을 두고 단순 불완전판매를 넘어 은행 내부의 ‘내부통제 미흡’으로 몰아가게 되면 향후 은행 및 CEO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거의 (자율 배상안) 초안은 마무리가 됐다. 각 부서별로 의견을 구하면서 점검 중이다”라고 말했다.
배상안으로는 ELS 투자자의 나이, 가입 경험, 그리고 은행 직원의 설명 부실 여부 등에 따라 배상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불완전판매가 확정된 모든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배상을 하는 ‘기본배상’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의 배상안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진행하는 안이 유력하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는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대표 사례 6건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외 피해자들에겐 나이·투자 경험 등 배상기준 가감 요소를 따져 20~80% 배상을 권고했다. 당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고객 1000명에 대해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두 은행의 배상금액 규모는 1000억원에 달했으며, 지급 비율도 96%를 넘어섰다.
홍콩H지수 ELS의 손실액이 벌써 1조원을 넘긴 만큼 당국의 배상 권고 및 은행의 자율배상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닫. 다만 이 사태가 향후 기관 과징금 및 CEO 제재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율배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과징금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H지수 ELS의 재가입 비중이 90%에 달하고, 상품 자체에는 구조적 결함이 없는 만큼 배상에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제재 수위를 낮춰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주로 나오는 케이스들이 대부분 일선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성급하게 판매한 케이스”라며 “본점 차원에서 판매 프로세스상 중대한 미흡점이 발견돼야 투자자 일괄 배상이나 기관 제재 등이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