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LS 발행 통한 자금 조달 위축...원천 다변화 필요”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금액이 전월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관련 ELS도 절반으로 부러진 상황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더해져 금융회사들이 발행을 줄인 영향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9일까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원화 금액은 9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조6667억원) 대비 43.90% 줄어든 수치로 사실상 발행액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년 동기(2조2020억원)와 비교하면 57.5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LS 발행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2021년부터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있다. 홍콩H지수가 2021년 최고점 대비 절반으로 주저 앉으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일자 이 상품을 대거 판매한 은행들이 일제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게다가 ELS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ELS는 증권사에서 발행하고 KB국민·하나·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대거 팔려 나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 40조1000억원 중 은행 신탁 판매 비중이 62.8%에 달한다. 은행들은 ELS를 신탁 계정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ELS를 설계·운용하는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약정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자금 일부를 안전자산인 채권에, 일부는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고수익 약정 상품일수록 파생상품의 비중이 높아진다.
증권사에서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서가 통상 장내·외 파생상품 운용하는데, 투자자 상환자금을 확보하는 헤지(위험회피)를 한다. 헤지 성과가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률보다 높으면 남은 수익은 증권사 몫으로 가져가고 약정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이는 증권사가 손실로 떠안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증권사들이 외국 금융사와 백투백 헤지(동일한 조건으로 거래상대방과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가격변동 리스크를 상대방에게 이전시키는 것)를 하거나 국내 지수 연계 ELS 정도만 자체 헤지를 했지만, 이제는 증권사들도 노하우가 많이 생겨서 해외 지수 연계 ELS도 자체 헤지를 한다”며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체 헤지 비중이 50∼60% 정도”라고 말했다.
ELS 시장이 위축되면 증권사의 수익 창출원이 축소돼 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는 EL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전체 증권사 차입 부채에서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올해는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로 ELS 판매가 본격적으로 위축될 개연성이 있다”며 “증권사들은 ELS·DLS 발행 위축에 대비해 증권사 자금조달 창구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파생결합사채(DLB), RP매도, 기업어음(CP), 발행어음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