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과정 중 법률상 하자...계약 취소 가능”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일괄배상은 계획에 없음을 시사했다. 다만 상품 매매 과정에서 법률상 계약 취소 사유가 확인되면 100% 배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령층, 투자 경험, 투자 목적,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 수십 가지 요소를 매트릭스에 반영해 어떤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경우 은행·증권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들이 100%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들을 상대로 이런 상품을 판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해당 법률 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처럼 ‘계약 취소’에 의한 100% 배상안도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입각해 배상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일괄 배상안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ELS는 20년 가까이 판매된 상품이고 과거 수익·손실 실적을 분석해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그러나 특정 금융회사는 해당 상품을 만든 증권사에서 ‘20년 실적을 분석하며 20% 이상의 손실 난 구간들이 8% 정도 확률도 있다’라는 상품 설명을 한 부분을 걷어내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10년으로 기간을 짧게 잡으면 금융위기 기간이 빠지면서 사실상 손실률이 0% 가깝게 수렴을 한다”며 “(과거 손실률을) 누락한 건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의 노후 자산의 대부분을 맡기는 것인데도 전체 자산의 구성 비중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단 마케팅을 벌여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어긴 사례들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오는 11일 배상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 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4월 위기설’이나 ‘기업 줄도산설’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위기가 시스템적인 위기로 경제 주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면, 4월 위기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서도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 중 태영건설과 같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