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국의 수련병원 소속 교수, 전문의를 비롯한 5000여명은 진정한 의료 개혁을 촉구하며 선언문에 연대 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의료 위기 등 오랜 기간 지속, 악화된 의료 현안 속에 유례없는 전국적 파국 상황을 맞아, 강대강 대치의 위험을 우려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요구하고자 마련한 선언문에는, 3월 10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수련 병원 소속 교수 및 전문의 3523명, 기타 1657명등 총 5180명(중복 제외)이 서명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의대 증원 문제 등의 위기 해결과 내실 있는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정부,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협력의 장에 나올 것도 요구했다. 아울러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부응해 의료 주체로서의 자성과 함께, 향후 올바른 의료 개혁과 미래 의료 발전을 위해 다 함께 노력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
2024년 의료 붕괴를 경고하고 의료개혁을 촉구하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지도전문의 시국선언 (전국 5000여명 연대)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는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을 것임을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 의료 현장의 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국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지도전문의들은, 우리의 양심과 직업적 소명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필수의료의 붕괴와 지방의료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자 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탁월한 의료를 자랑해오면서, ‘값싼 의료’의 뒤에 숨겨진 의료진의 과도한 부담은 간과했다.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쇠퇴와 그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다.
2. 우리는 정부가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증, 응급, 그리고 지역 의료 붕괴이다. 일방적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결국 현장에서 외면 받고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늘도 이를 반복하며 의료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3. 우리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도 열려 있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정부는 급격한 증원이 수반하는 실질적 문제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4. 우리는 정부에게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로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했을 뿐 환자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님을 천명하는 바이다. 전공의들이 각각 흩어진 것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를 완전히 단절하고 통제와 억압만으로 어떠한 저항이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 극심한 좌절감과 무기력함의 절박한 표현이다. 우리는 그 심정을 깊이 공감하며 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
5. 우리는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의료 몰락을 구제할 대책을 제시해 전공의들과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비판적 의견 또한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이러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하고 의료 대란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민들은 정부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6. 우리는 국민, 의료계, 그리고 정부의 협력을 통한 진정한 의료 개혁의 시작을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의료의 핵심 주체로서 시민적 가치에 부합하는 책임과 윤리를 명확히 인식한다. 또한 의료계 전반이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 정신을 바탕으로, 용기 있는 자기 성찰과 변화를 추구하는 데 적극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올바른 의료개혁과 미래의료의 발전을 추구하는 주체로서 필요한 책임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의료체계의 가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척결의 대상이 아닌 의료개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의 토끼몰이식 강경대응이 초래한 의료 붕괴는 결국 국민에게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이해 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