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평사 “시장 회복 요원 속 실적 둔화 원인 부상”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작년 말부터 금융권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가 조금씩 일단락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율배상 기준안을 발표하면서 봉합을 시작한 ELS와 달리 해외 부동산 손실은 올해 금융권 실적에 또 다른 악재로 꼽힌다.
지난달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투자 제외)는 총 782건, 투자 원금은 20조3868억원이다. 은행별로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그룹들도 최소 2조원 이상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수익증권과 펀드에도 10조원 이상의 자산이 있다. 5대 금융그룹은 해당 펀드에 총 10조4446억원을 투입했다. 금액별로는 KB금융이 2조8390억원, 신한금융 2조7797억원, 하나금융 2조6161억원, 농협 1조8144억원, 우리금융 4305억원이다.
주목할 것은 펀드 수익률이 –10%를 넘는다는 점이다. 5대 금융그룹이 10조원 이상 자금을 투입한 해외 부동산펀드 현재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이다. 투입 원금 대비 1조1002억원 줄었다. 이를 토대로 평가 수익률은 –10.53%다. 그룹별 내부 수익률(IRR)을 보더라도 전체 투자 펀드 중 10% 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고도 말한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 부진이 개선될 여지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증권·신용평가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회복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본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최근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로 중소 은행들에 대한 위기설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지난 1월 말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따른 대규모 손실 충당금으로 작년 4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는 등 예상밖의 실적 악화로 주가 급락이 발생하면서 중소 은행 위기 재점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 확대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없지만, 관련 자산을 가진 은행들의 위기가 작년 초와 같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큰 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당분관 관련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관련 자산 위험도는 10% 내외로 파악된다”며 “평가 손실률을 보면 우려가 높은 편이나 금융사들의 위기를 걱정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올해 2분기부터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내 금융사들의 모니터링을 필요한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 해외 부동산은 올해 금융사들의 실적 둔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LS·부동산 등 최근 금융사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해외 악재는 금융사들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으로 발전 중이다. 주총 시즌을 맞아 일명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작년에 홍콩 ELS, 해외 부동산 손실 가능성이 대두됐을 때에도 신한·하나금융그룹 만에 관련 사항에 대해서 언급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혁신 요구 또한 이런 비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 ELS 투자자 손실 배상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 배상비율을 정할 때는 판매사 요인(최대 50%)과 투자자 고려요소(± 45%p), 기타요인(±10%p)을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