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하태경, '경선 조작' 의혹 제기···여야 공천 잡음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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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하태경, '경선 조작' 의혹 제기···여야 공천 잡음 지속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4.03.1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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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 '여론응답 조작' 가능성 주장···재심 청구
민주, 동일 의혹 정동영 '경고' 그쳐···인용 가능성↓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각각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총선 후보자 선출에서의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연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각각 박용진, 하태경 의원이 상대 후보의 경선 과정상 비리 가능성을 지적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정당이 이들의 주장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게 예측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 당 중앙당에 경선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 강북을 경선 결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박 전 의원은 정 전 의원보다 득표율에선 앞섰지만, 현역 평가 하위 10%로 분류돼 감산을 적용 받아 공천 받지 못했다.

이에 박 의원은 당이 현재 보관하고 있는 경선 로데이터(원본 자료)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경선 직전 지역구에 리얼미터 ARS 여론조사가 실시됐으며, 정 전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응답을 독려한 문자를 뿌린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가 사전 유출됐을 만한 정황이 있고, 경선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전 의원이 휴대폰 청구지 주소 이전 및 권리당원과 안심번호의 이중투표를 통해 불법 경선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휴대폰 청구지 주소로 지역구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점을 이용해 비지역구민인 자신의 지지자들을 불법적으로 여론조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지역구민의 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가 정 전 의원의 지지자 모임에서 대량 살포된 정황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도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지역구 총선 후보 경선에서 상대 이혜훈 전 의원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3자 경선이 치러진 1차전에서 이 전 의원이 29.71%를 득표했는데, 결선에서는 49.13%를 득표했다"며 "확률적으로 믿기 어려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87%를 득표한 자신을 이 전 의원이 49.13%를 받고 여기에 여성 가산점 5%을 더해 불과 0.71%p 차이로 승패가 갈린 만큼 경선 로데이터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지지자 모임에서 경선 여론조사에 연령대를 속이고 응답하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여러 차례 공유된 점도 '부정 경선'의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여론조사가 연령대별 가중치를 두고 진행되는 만큼,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은 연령대에서 이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처럼 응답해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당이 이러한 경선 부정 주장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 우선 각각의 상대 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은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라며 부정선거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만약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게 된다면 다른 지역구 경선에서 발생한 경선 결과까지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어 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경선에서 탈락한 한 야당 후보는 이날 <매일일보>에 "경선 과정 중 수상쩍은 정황이 다수 발견됐지만 마땅한 물적 증거가 없어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고발할 경우 '패배하니 불복한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만약 각 당이 박용진·하태경 의원 등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로데이터 공개' 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유사한 혐의로 상대 후보에게 신고 당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경우 명확한 자신의 발언 기록이 남았음에도 민주당으로부터 '경고' 조치만을 받기도 했다. 전북 전주병에서 출마한 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전북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20대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루만 20대로 응답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으나, 지난 6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정 전 장관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경고' 제재 조치만을 취했다. 정 전 장관은 이후 경선에서 승리해 무사히 본선에 진출했다.

박 의원과 하 의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의원은 현재 상대 정 전 의원이 '막말 혐의'로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고 있지만,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정 전 의원의 출마 자격이 박탈돼도 차점자인 박 의원의 후보 공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전략공천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 "(연령 속이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고민할 부분이 있다"면서 "조항 자체로선 선거법에 위반되는데,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서 당내 경선에서 모두 다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건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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