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배상 철회’ 국민청원 등장 “협상 난항 전망”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지난달 말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손해 자율배상이 시작된 가운데 해당 조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홍콩 ELS 피해 차등배상안 철회 요청이 등장, 협상 난항이 예고된 상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5일부터 홍콩H지수 ELS 자율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국민은행의 ELS 판매액은 약 8조여원으로 시중은행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 관련 배상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 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된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앞서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했다. 기존 고객 보호 전담 부서와 함께 신속한 투자자 배상 처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측은 “계좌별 만기가 도래해 배상 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자율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타 은행들은 이미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이다. 하나·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4일 자율 배상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12일 자율 배상 절차 안내를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 구성 단계를 거쳐 피해자와의 협의에 나설 방침이며, SC제일은행은 오는 18일 ELS 조정위원회를 개최한다.
ELS 손해 관련 자율 배상이 본격화됐음에 불구하고 순탄한 행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입자들은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 배상안 철회 요청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다. 해당 청원은 약 3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가입자들은 청원 이후에도 진척이 없을 경우 단체 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투자 상품으로 분류되는 홍콩 ELS의 경우 사실상 피해 배상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금융권의 이견이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권고로 인해 은행들은 차등 자율 배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입자들은 피해 차등이 아닌 원금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지난달 차등 배상을 골자로 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기준안을 토대로 배상을 진행하는 은행과 원금 보상을 주장하는 가입자들간의 줄다리기로 ELS 사태 마무리는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은 다음과 같다. 해당 기준안은 ▲20~40% 수준의 판매사(은행‧증권) 기본배상비율 ▲3~10%의 공통 가중 배상비율 ▲45%의 투자자(가입자) 배상 가산‧차감 등 요인으로 구성됐다. 이는 판매사 일방의 책임(100%)과 투자자 일방의 책임(0%)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배상안이다. 금감원 측은 실제 배상비율은 대부분 20~60% 범위에 분포될 것으로 본다.
현재 은행별 홍콩 ELS 취급규모는 KB국민은행 8조1200억원, 신한은행 2조3600억원, 하나은행 2조700억원, NH농협은행 2조600억원, SC제일은행 1조24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