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본격 논의···여당 내 일부 동조 의견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에서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다음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선 압승 여세를 몰아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21대 국회 임기(5월 29일)가 끝나기 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범야권이 주도한 이 법안은 본회의에서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총선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 임기가 한 달 이상 남았다. 민생 입법 과제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을 총선 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같은 날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협조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22대 총선 당선인 4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은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며 "국민의힘 역시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다'고 말했다. 이 반성이 진심이라면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이날부터 여당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는 임시회 일정 등을 확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내달 2일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21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 정족수(151명)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 민심을 확인, 명분을 확보한 만큼 5월 국회 초반에 특검법을 의결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특검법이 야당 계획대로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물리적으로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 이전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가능하다.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날을 기준으로 휴일 포함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당 내부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일부 찬성하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도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에 기운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이전과 달리 반대표를 던지기 힘들다는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이 21대 국회 내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한단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12일 MBC 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저 개인적으로는 찬성"이라며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 윤석열 대통령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현재 문구상으로는 포함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당론으로 발의한 이 전 대사의 출국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종섭 특검법'을 채 상병 특검법에 반영한 '수정안' 처리도 검토 중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당시 이종섭 전 호주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었던 만큼 필요할 경우 채상병 특검법에 합친 수정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