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과 관련한 주주제안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16일 공개한 ‘정기 주주총회 리뷰’를 보면 올해 정기 주총 시즌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 수는 모두 1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건에서 5건 늘었다.
반면 배당 확대와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은 지난해 27건에서 올해 12건으로 줄었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주주환원 요구 형태가 배당 확대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한국 증시 저평가,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서 기능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 세금 납부 측면에서의 이점 등이 작용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방책으로 배당과 유사하게 기능하나,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측면이 존재하며 배당소득세 등과 같은 세금 지출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 및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은 135건으로, 이 가운데 37건이 통과됐다. 가결률은 27.41%를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약 9.3%포인트 늘었다.
연구소는 “기관 투자자 및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사이언스 등 정기주총 시즌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기업에서는 주주 친화적인 제안이 확대되고,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소는 “경영권 분쟁 상황 속 주주가치 제고가 주요 사항으로 자리매김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는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올해 1분기 정기주총을 개최한 시가총액 상위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약 6주간 연구소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안건 수는 3374개다.
안건 유형별로 이사 선임(1682건)이 가장 많았고, 재무제표·배당(506건), 이사 보수 한도(501건), 정관 관련(332건), 감사 보수 한도(201건), 기타(152건) 등의 순을 보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이 공시를 통해 주주제안 관련 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 서식을 최근 개정했다. 개정된 서식에 따라 기업들은 주총 전 사업보고서 제출일까지 접수된 주주제안권 행사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주주제안권 행사자, 안건 내용, 주총 목적 사항 포함 여부 및 거부 사유 등 처리 경과 역시 포함한다. 또 정기 주총 직후 제출하는 분기 보고서부터 주주제안 안건 여부를 별도로 표시한 결과를 공시하고 안건별 주요 논의 내용도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