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한계까지 내몰린 의대교수… ‘증원철회’ 입장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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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에 한계까지 내몰린 의대교수… ‘증원철회’ 입장 고수
  • 이용 기자
  • 승인 2024.04.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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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매주 금요일 외래 휴진… 의대교수 피로도 '한계'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 의대증원 백지화 입장 재확인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일보 = 이용 기자  |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신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대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교수 단체는 휴진 및 진료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정부를 향해선 의대증원을 철회하란 입장은 고수했다.

22일 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충남대학교병원과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이번주 금요일(26일)부터 외래를 휴진한다, 외래란,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는 것을 뜻한다. 해당 병원이 앞으로 매주 금요일엔 외래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단 의미다.
2달간의 의료 농단 및 의대 입시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 비대위 차원에서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련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위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최근 1주일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총 응답자 수 196명 중 90.8%가 주 52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60시간 이상은 68.4% △주 72시간 이상은 46.0% △주 80시간 이상은 37.7% △주 100시간 이상 근무는 14.3% 순이다. 금요일 휴진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응답 비율은 72.3%(기초교실 교수 제외)였다. 다만 금요일 외래진료, 수술은 원칙적으로 쉴 뿐, 휴식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응급, 중환자 진료와 수술은 지속한다고 전했다. 부득이하게 외래진료, 시술, 수술해야 하거나 축소할 수 없는 진료과는 최소한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금요일 외래진료가 없거나, 시술, 수술 등의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평일로 대체해 휴진한다. 24시간 근무 이후 다음날 반드시 12시간 이상 휴진한다. 비대위는 “이번 부득이한 조치에 진료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교수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조처하고 있다. 환자 및 보호자분들께서는 이해해 주길 부탁드리며, 다시 한번 죄송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도 이날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또한 같은날 총회를 열고 '주 1회 전원 휴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 및 성균관 의대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대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단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 522명을 대상으로 근무 시간과 피로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수 중 40.6%가 주 8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 2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 달간 주 52시간 초과 근무한 교수가 86.4%에 달했다. 이 중 7.9%는 주 100시간 이상 근무했다. 주 52시간 미만 근무자는 13.6%에 불과했다. 의대교수 단체들은 이미 지난 1일부터 진료 축소에 돌입했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론 현장에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전날(22일) 진행된 교육부 정례 브리핑에선 "의대 교수로 임용된 분 중 사직서를 제출한 분들은 크게 많지 않다"며 "교육부가 파악하는 것은 총장에 의해 임용되신 교수들인데, 이분들 중에선 사직서를 제출한 분이 많지 않고 별도로 사직 처리된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S대 의대교수는 “지난달 교수 단체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예고했고, 한달 째 되는 시점인 오는 25일부로 사직서 효력이 발생한다는 언론 기사가 자주 보인다. 다만 사직서와는 별개로, 환자와 동료 의료인들을 저버릴 순 없었던 많은 교수들이 병원에 남아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 한 대학병원의 50대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A 교수는 근무 중 장폐색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지만, 사망에 이른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의사회는 A 교수가 최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인해 격무에 시달려 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의대교수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마찬가지로 ‘의대증원 철회’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정부는 과학적 근거 없는 의대증원 정책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증원 정책을 즉시 중지하고, 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발표 내용과 유사하다. KAMC는 정부를 향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동결해 달라며, 입학정원 및 의료 인력 수급 결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라고 요청했다. 한 간호사는 “정부에게 증원 철회를 요청할 자격이 있는 분들은 교수님들 뿐이라 생각한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는 달리, 교수님들은 대부분 현장에 남아 묵묵히 환자를 돌보고 계신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의대교수마저 한계에 내몰리면서, 의료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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