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이 참여한 외교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막기 위한 대이란 제재 프로그램 확대에 합의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룩셈부르크에서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에 적용해온 기존 드론 제재 프로그램을 확대하자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에 따라 러시아에 제공된 이란산 드론뿐 아니라 중동 지역 내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이란의 드론·미사일 제공도 제재 대상이 된다.
다만 제재 대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란산 드론·미사일 제조에 관여한 업체, 개인이 제재 대상으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EU의 이란 제재 강도 제고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번지며 중동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도왔다며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선 바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 공격을 계획했던 이스라엘을 말리고, 이란의 재보복 역시 차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지난 19일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이 애초 계획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직후인 14일 공격 예정이었으나 국제사회의 만류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을 우려해 이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당국자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원래는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을 포함해 이란 전역에서 군사 목표물 여러 곳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공격 시 이란의 맞대응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독일 외무장관들은 확전을 막아야 한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의 보복 공격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전해, 이스라엘은 공격 무기도 미사일보다는 소형 무인기에 초점을 맞추고 두번째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등 계산된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제한적 공격'으로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과 이스라엘 역시 서로의 책임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사태 확대 위험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