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집값 전망을 놓고 업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인구 1000명이 1.5세대 만에 125명으로 줄어드는 현 수순 대로라면 향후 집값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집값을 좌우하는 것은 금리·부동산정책이지 인구 감소와는 상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최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초저출산에 의한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 자체는 2039년까지 증가하는 추세”라며 “가구 수가 정점에 도달하는 2040년께 총 주택수요는 정점에 도달하지만 이후 하락 추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별로 총 주택수요량의 정점 시기가 달라 수도권은 인구감소와 가구 감소 시기가 다소 늦을 것으로 보이고 지방 주택가격 하락 추세가 좀 더 일찍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40년 이후부터는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 2050년에는 전체의 주택의 13%가 빈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학 교수는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인구감소가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 내다봤다.
우토 교수는 “주택자산 디플레이션을 추정한 결과 2019년부터 2045년까지 도쿄권 전체 주택 가치 약 40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지방뿐만 아니라 도쿄권에서 호텔·물류센터 등 상업부동산과 비교해 주택 하락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인구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라 분석했다.
반면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주된 지역은 서울·수도권·광역시 등을 제외한 지방 소도시이기에 전체 시장을 좌우하는 도시 집값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주택 시장의 주된 수요를 차지하는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검토도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1인 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33만6000가구 증가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33.4%에서 2022년 34.5%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구가 부동산 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인구 위기가 현실화하는 시점과 강도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주택시장 수요는 인구보다 가구 수에 더 초점을 맞춰 분석하는데 앞으로 1인 가구 중심으로 가구 수가 늘면 주택시장을 버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문제를 모두 인구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고 정책 및 금리 등 다른 변수 역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