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에서 희비가 엇갈린 여야가 나란히 '총선백서' 제작에 돌입했다. 참패한 국민의힘은 수도권 험지에서 살아돌아온 조정훈 의원을,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범야권 완승'의 총선 결과를 만든 요인이 가감 없이 담길 총선백서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주목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당선자 총회에서 총선백서 TF를 구성한 국민의힘은 위원장에 조 의원을 임명했다. 조 의원은 총선을 패배한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백서 제작을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철저한 반성이 담긴 백서를 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우리가 운이 나빠서 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 번 연속 총선에서 졌으면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정말로 용기 있게 바라보고 고치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해보지도 않아도 진다"며 "2년 정도 남은 지방선거까지 우리가 뭘 바꿔야 하는지, 뼛속까지 바꿔야 하는데 그걸 바꿀 수 있는 소위 5대 핵심 과제, 개혁 과제와 로드맵을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조 의원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을 거론하고 직책을 거론하며 '이 사람 때문에 졌다'는 책임론으로 수렴되는 건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이라며 특정 인물을 겨냥해 패인을 분석하는 것은 지양할 뜻을 밝혔다.
대신 "수도권에서 5%만 더 득표했으면 뒤집었을 곳이 수십 군데"라며 수도권에서 '잃어버린 5%'를 찾는 작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날 라디오에서는 "중앙당 차원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가 저희 백서 평가의 아주 핵심 중의 핵심일 것"이라며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은 전략의 다각화가 아쉽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도로 백서 제작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과 세대확장론 등 주요 전략에 대한 평가와 높았던 투표율 원인 등을 분석해 백서에 담을 전망이다. 당에서 총선 기간 제시했던 민생 공약들에 대한 내용과 평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반성'이 될 국민의힘 백서와 달리, 민주당 백서는 '기록'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총선을 치를 때 조직 구성은 어떻게 했고, 활동은 어떻게 했는지를 참조하기 위한 일종의 보고서 형태라는 것이다. 민주당 백서 편찬 작업은 6월 말까진 마무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