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5대 시중銀 부실채권 5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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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5대 시중銀 부실채권 5조 육박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4.05.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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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여신 잔액, 전년동기 대비 9500억 증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고금리 장기화 속에 시중은행이 발행한 대출 중 부실채권이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 건전성 유지에 나섰지만 부실채권이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실행한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4조77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9512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채권을 고정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대출채권 상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 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1조2549억원으로 53.6% 늘어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농협은행이 1조1633억원(34.2%↑), 우리은행 6750억원(22.1%↑), 하나은행 8150억원(19.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신한은행은 8670억원으로 4.3% 감소했다. 이는 높은 금리가 이어지며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대해 장부에서 아예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서도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주들의 연체가 급속히 늘면서 은행들의 공격적인 상·매각보다 부실채권이 더 빠른 속도로 쌓이는 상황이다. 5대 은행은 올해 1분기 중에만 1조679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8536억원보다 88.4%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22년 1분기(4180억원)와 비교하면 상·매각이 불과 2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단순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8%로, 지난해 1분기 말의 0.27%보다 0.01%p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 2020년 1분기 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전체 자산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체율이 일정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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